U-23 아시안컵서 韓잡은 베트남, 거리엔 '금성홍기' 환호 물결
승부차기 끝에 승리 확정되자 베트남 축구팬들 거리로 쏟아져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김상식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극적으로 이기자 베트남 팬들은 새벽 시간인데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베트남은 승부차기 끝에 한국에 승리했다.
베트남은 한국과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열렸는데도 수도 하노이와 남부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은 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로 북적였다.
승부차기가 길어지자 일부 베트남 축구팬들은 두손을 모은 채 간절한 표정으로 대형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극적으로 베트남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길거리와 음식점에서 뛰쳐나온 이들이 거리 응원 인파에 합세했고, 하노이 시내와 호찌민 응우옌 후에 보행자 거리 곳곳은 축제장으로 변했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노란 별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채 국기인 '금성홍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젊은 남성들은 윗옷을 벗은 채 소리를 질렀으며 호찌민 도로 곳곳은 수천 명의 오토바이 행렬로 가득 찼다.
이 행렬은 1㎞가량 이어졌고 현지 교통 경찰관들도 주변에 배치됐다.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반대편 도로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손을 부딪치며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숟가락으로 프라이팬을 치거나 장난감 손나팔을 불며 승리의 기쁨에 취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베트남 현지 매체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국 대표팀의 승리 소식을 속보와 분석 기사로 잇따라 전했다.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한국 골키퍼 황재윤(수원FC)이 베트남의 1∼6번 키커가 연속해서 골문 오른쪽을 노리는 동안 모두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면서 마지막 7번째 키커인 응우옌 탄 난은 왼쪽으로 공을 찼고, 황재윤은 또 반대로 몸을 날린 사실을 강조해서 보도했다.
베트남 매체들은 1골 1도움으로 활약하던 응우옌 딘 박이 2-1로 앞선 후반 41분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이고 한국에 동점까지 내줬으나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며 결국 승리로 이끈 김 감독의 전술 운용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딘 박이 골도 넣고,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실수로 퇴장까지 당해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선수들을 믿고 있었다"며 "10명뿐이었지만 충분히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팬들은 김 감독이 '다크 매직'(흑마술)을 썼다면서 그의 사진에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사 복장을 입힌 합성 사진을 만들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 호앙아인잘라이(HAGL)FC의 구단주는 베트남이 3·4위전에서 한국을 이기면 대표팀에 30억동(약 1억6천만원)을 보너스 상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태국 대회 우승 이후 6년 만에 4강에 진입하며 정상 탈환을 노린 한국은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패한 데 이어 베트남조차 넘지 못하며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