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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총격 ‘공권력 남용’ 수사 막히자 FBI 요원 사임

중앙일보

2026.01.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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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을 수사하려던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상부의 압박 끝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둘러싸고 연방 검사와 법무부 고위 간부들까지 잇따라 사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FBI 요원 트레이시 머겐이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ICE 요원의 총격 사건과 관련해 인권침해 조사를 추진하다가 워싱턴 본부로부터 수사 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머겐은 이후 자신이 맡고 있던 FBI 미니애폴리스 지부 감독관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르네 니콜 굿은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 ICE 요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요원 조너선 로스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비무장 민간인이 이민 단속 요원에게 근거리에서 사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가 확산했다.

FBI의 인권침해 조사는 증오범죄나 공권력 남용 사건을 다루는 통상적 절차다. NYT는 “이 같은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 시민권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사건 직후부터 ICE 요원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토드블랜치 법무부 차관은 지난 13일 “현재 ICE 요원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에는 근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머겐의 사임은 법무부가 수사 불가 방침을 여러 차례 확인한 뒤 이뤄졌다. 미니애폴리스 FBI 지부의 신디버넘 대변인은 머겐의 사임 배경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민 단속 요원 수천 명을 도심에 배치한 데 항의하는 총파업이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선상에서 물러난 인사는 머겐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날 미네소타 연방검찰청에서는 검사 6명이 집단 사직했다. 이들은 공식적인 사직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법무부가 총격 요원 대신 숨진 굿과 그의 동성 배우자인 베카 굿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데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는 두 사람이 미니애폴리스 지역의 좌파 시위와 연관돼 있는지를 조사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민권국 형사부를 이끌던 부장과 간부 등 고위 인사 6명이 ICE 요원의 공권력 남용 혐의를 수사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항의해 줄줄이 사임했다. 민권국 형사부는 연방 차원에서 경찰 등 공권력의 치명적 무력 사용 사건을 수사·기소할 수 있는 핵심 부서다. 법무부는 이들 사임이 예정된 은퇴라며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NYT는 또 연방 수사기관들이 미네소타주 당국이나 지방 검찰과의 공조를 거부하고 있어 주 정부의 독자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네소타주는 트럼프 행정부가 ICE 요원의 총격을 ‘정당방위’로 규정하자 이에 반발해 자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사건 직후 굿을 ‘좌파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총격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퀴니피액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총격은 정당하지 않다”고 답해, 공권력 남용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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