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으면 첫째로는 우리 국민 모두의 재산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달성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며 “‘연금 냈는데 못 받고 죽을 것 같다’, 이런 게 거의 다 없어져 버렸다”고도 했다.
이날은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성과를 언급했지만,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인 5000포인트를 돌파한 전날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22일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코스피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한 입장은 없고 그냥 담담한 입장”이라고만 했다.
이 대통령 발언도 담담했다.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줘서 감사드리고, 성과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고생하셨단 말씀을 드린다”고만 언급했다. ‘코스피’, ‘5000’ 같은 표현은 직접 꺼내지 않았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코스피 5000 돌파에 환호하는 증권가 분위기와는 분명한 온도차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에 이 대통령이 주가 상승과 관련해서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할 것’이라거나 ‘코스피 상승이 이재명 정부의 성과’, 이런 얘기를 떠들썩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주가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청와대는 코스피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가능해 보였던 코스피 4000포인트가 현실이 됐다”고 공개 발언한 게 눈에 띌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 대한 우려를 청와대 내부에서 밝힌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청와대는 차분한 기조로 ‘코스피 5000’을 대응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해놓고 있었다. 금융권에선 지난 22일 오전 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 방문할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만, 정작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방문 등 떠들썩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꽤 이전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이런 배경엔 ‘주가는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인식이 있다. ‘자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환율로 유사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던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은 “이 나라 모든 국민의 재산이 7%씩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환율이 다시 당시 수준으로 오르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당시 발언이 소환되며 “이재명이 이재명에게 한 말인가” 등의 비판을 받았다.
6·3 지방선거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 준비 캠프에 있는 한 여권 인사는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 가파른 조정이 있는 법”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조정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청와대가 자축을 하면 지방선거 때 야당의 공격 포인트만 될 뿐”이라고 했다. 실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집계됐다. 4분기 기준 3년 만에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