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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마세라티, 깔끔한 포르쉐…럭셔리 전기SUV 진검승부 [도전車대車⑨]

중앙일보

2026.01.24 12:00 2026.01.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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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車대車⑨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vs.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이번 비교 시승의 주인공은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과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다. 럭셔리 브랜드의 D-세그먼트 고성능 사륜구동 전기 SUV다. 둘은 비슷한 고객을 겨냥하지만, 뼛속부터 외모와 속살, 몸놀림까지 확연히 달라 흥미롭다. 옵션을 제외한 시작 가격은 마칸 4 일렉트릭 1억338만원, 그레칼레 폴고레가 1억2380만원이다. 가격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지만 이탈리아산 마세라티와 독일산 포르쉐는 그 이름만으로 심장이 뛰게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긴 그림의 떡이면 어떠랴, 확실히 볼 맛은 나는데.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email protected]) 사진= 서동현, 영상= 김규용 로드테스트 기자



전동화와 SUV의 인기 조합


포르쉐 마칸(왼쪽)과 마세라티 그레칼레

전동화와 SUV. 지금 업계와 소비자가 가장 주목하는 화두의 소위 ‘꿀 조합’이다. 전망도 밝다. 2024년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2023년 전 세계 전기 SUV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31.9%로 예측했다. 지난해 판매 통계로 드러난 상황은 긍정적이다.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은 다시 한번 성장했다. HMG경영연구원이 집계한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2143만대. 배터리 전기차(BEV)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포함한 결과다. 2024년보다 24% 늘었다. 전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도 25%를 넘었다. 이 비율이 10% 넘는 나라는 2019년 4개국에서 지난해 39개국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포르쉐 마칸

하지만 통계의 행간을 보면 쏠림과 병목이 있다.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전기차 판매의 64%를 중국이 소화했다. 그런데 정작 중국 시장은 성장세가 꺾였다. 대신 유럽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남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게 치열한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민은 한층 깊다. 오랫동안 공들인 북미의 전기차 수요에 구멍이 났다. 최대 시장 중국은 자국 업체 경쟁만으로도 포화 상태. 지난해 9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중단시킨 영향도 크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는 서둘러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ESS(에너지저장장치)로 전동화 전략을 수정 중이다. 이번 비교의 주인공은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와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공통분모는 ‘럭셔리 브랜드의 D-세그먼트 사륜구동 전기 SUV’.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최소 2년 이상 각 브랜드의 최전방 공격수로 뛰어야 한다. 가격과 성능으로는 마칸 4S 일렉트릭이 정확한 대척점. 하지만 일정 차이로 마칸 4 일렉트릭을 불렀다.



간결한 마칸과 섬세한 그레칼레


차체 크기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길이(㎜) 4,865(+81) 4,784
너비(㎜) 1,980(+42) 1,983
높이(㎜) 1,655(+33) 1,622
휠베이스(㎜) 2,900(+7) 2,893
앞뒤 트레드(㎜) 1,611/1,689(+24) 1,695(+84)/1,665
공차중량(㎏) 2,540(+115) 2,425
트렁크 용량(L) 535~1,600 540~1,348


마칸은 포르쉐 SUV의 막내다. 2013년 공개해 이듬해부터 생산·판매했다. 2018년 부분변경을 거쳤다. 2024년 1월엔 2세대가 데뷔했다. 포르쉐의 전동화 전략에 따라 순수 전기차로만 나왔다. 공식 이름은 마칸 일렉트릭. 시장에 따라 엔진 품은 마칸도 함께 팔고 있는데, 올해 중 단종 예정이다. 최신 배출가스 및 사이버 보안 규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칸 일렉트릭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4784×1938×1623㎜. 이전 세대보다 59㎜ 길고, 13㎜ 넓으며 28㎜ 높다. 휠베이스는 기존 마칸보다 88㎜ 넉넉하다. 한 집안 형님 카이엔보다 겨우 2㎜ 짧고, 무게는 되레 더 나간다. 전반적 생김새는 구김살 없고 통통하다. 정곡 찌른 외신의 표현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벌에 쏘인 마칸 같다.”

포르쉐 마칸

그레칼레는 마세라티 최초의 전기 SUV. 2022년 공식 데뷔했다. 마칸과 같은 D-세그먼트다. 덩치는 마칸을 통째로 삼킨 보아뱀처럼 골고루 크다. 심지어 휠베이스는 카이엔 쿠페보다도 길다. 단종한 르반떼가 신형으로 거듭날 때까지 마세라티의 양적 성장 책임질 최전방 공격수. 전기차에 ‘올인’한 마칸과 달리 4기통과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도 얹는다. 그레칼레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4865×1980×1655㎜. 마칸 4 일렉트릭보다 81㎜ 길고, 42㎜ 넓으며 33㎜ 높다. 휠베이스는 2900㎜로 7㎜ 더 길다. 트레드는 앞 1611㎜, 뒤 1689㎜로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자세. 반면 마칸 일렉트릭은 앞 1695㎜로, 뒤보다 30㎜ 넓다. 언더스티어 감소나 직진안정성 향상 등 기능적 목적을 암시하는 구성이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두 대를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 서로 다른 개성으로 빛난다. 그레칼레는 이탈리아 앤틱 가구 같다. 주름과 보조개 등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마칸 일렉트릭은 틀에 넣어 한 번에 찍어낸 러버덕을 연상시킨다. 팽팽하고 간결하다. 장인의 손맛 스민 수공예품과 완벽한 품질 뽐내는 공산품의 차이를 보는 듯하다. 이 같은 차이는 운전감각으로도 이어져 흥미롭다.

마세라티 그레칼레(왼쪽)와 포르쉐 마칸



파워는 그레칼레, 플랫폼은 마칸이 우위


파워트레인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전기 모터 트윈(앞/뒤)
최고출력(마력) 558(410㎾) 408(300㎾) 4S=516
최대토크(㎏·m) 82.4 66.3(4S=83.6)
변속기 1단
굴림방식 상시 사륜구동(AWD)

두 대 모두 앞뒤로 전기 모터를 물렸다. 앞뒤 구동력 배분은 그때그때 다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마칸 4 일렉트릭이 408마력, 66.3㎏·m, 그레칼레 폴고레가 558마력, 82.4㎏·m, 참고로 마칸 4S 일렉트릭은 516마력, 83.6㎏·m로 더 막상막하다. 배터리는 중국 CATL의 삼원계 리튬이온. 그레칼레 폴고레가 105㎾h, 마칸 4 일렉트릭이 100㎾h다.

포르쉐 마칸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마칸 4 일렉트릭이 454㎞. 그레칼레 폴고레의 333㎞를 넉넉히 앞선다. 급속 충전은 마칸 4 일렉트릭이 270㎾까지 소화해 배터리 잔량 10→80%를 21분 만에 채운다. 그레칼레 폴고레는 150㎾급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20→80% 채우는데 29분 걸린다. 배터리 용량 차이보다 큰 격차의 배경은 서로 다른 전기차 아키텍처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마칸 4 일렉트릭의 밑바탕은 800V 전기차 전용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 반면 그레칼레 폴고레는 내연기관 겸용 400V ‘조르지오’다. 2016년 선보인 준대형 후륜구동 플랫폼을 2021년 스텔란티스가 출범하면서 전동화 심장도 품을 수 있도록 개조했다. 마세라티도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의 폴고레 버전은 800V급 ‘조르지오 스포트’를 쓴다.

배터리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용량 리튬이온 105㎾h 리튬이온 100㎾h
급속충전 29분(20→80%, 150㎾) 21분(10→80%, 270㎾)
1회 충전 주행거리(㎞) 333 454(4S=450)
공인전비(㎞/㎾) 3 4.2

한편, 겉모습의 디자인 테마는 실내로 오롯이 스몄다. 특징을 간추리면 마칸은 깔끔한 미니멀리즘, 그레칼레는 화려한 맥시멀리즘. 고성능 SUV답게 시트는 어깨와 옆구리 잘 떠받치는 버킷 타입. 착좌감은 마칸이 더 넉넉하고 푹신하다. 뒷좌석 공간은 덩치와 비례한다. 그레칼레가 한층 여유롭고 쾌적하다. 날씬한 앞좌석 덕분에 시야도 좀 더 시원시원하다.

포르쉐 마칸

트렁크 공간은 SUV의 활용성을 좌우할 요소 중 하나다. 구성은 마칸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고 짜임새 있다. 기본 공간이 540L로 덩치 더 큰 그레칼레보다 오히려 5L 넉넉하다. 또한, 보닛 밑에 그레칼레엔 없는 84L 용량의 프렁크(앞 트렁크)도 숨겼다. 다만, 뒷좌석을 접어 최대한 확장했을 때 짐 공간은 그레칼레가 1600L로 확연히 넓다. 마칸과 무려 252L 차이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논리적인 마칸, 감성적인 그레칼레


동력 성능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 포르쉐 마칸 4 일렉트릭
0→100㎞/h(초) 4.1 5.2(4S=4.1)
최고속도(㎞/h) 220 220(4S=240)

“작은 카이엔이 아니라 키 큰 911이죠.” 1세대 마칸 시승을 위해 2014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포르쉐 공장 찾았을 때 SUV 라인 총괄 디렉터 올리버 라쿠아가 건넨 ‘뼈 있는 농담’이었다. 그는 마칸을 “프리미엄 콤팩트 SUV 세그먼트의 스포츠카”라고 정의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전기 심장으로 거듭난 마칸 일렉트릭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마칸 4 일렉트릭의 주행 감각은 냉철하고 논리적이다. 스티어링은 정밀하고, 몸놀림은 단호하다. 심지어 운전석 시야에 띄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움직임조차 빠릿빠릿 절도 넘친다. 시승차는 옵션으로 최대 5도까지 꺾는 뒷바퀴 조향을 갖춰 굽잇길 주행이 한층 더 민첩하다. 언제나 운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반응으로, 성취감을 북돋고 자존감을 높인다.

포르쉐 마칸

그레칼레 폴고레의 주행 감각은 사뭇 다르다. 반전과 강약 두드러진 드라마와 같다. 차량 흐름 따라 느긋하게 달릴 땐 558마력의 존재는 까맣게 잊게 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적절히 여과해 편안한 승차감을 완성한다. 물리법칙을 왜곡하지 않아 자연스럽다. 코너에선 기울고, 감속하면 고개 숙이며 가속하면 꽁무니 살짝 주저앉은 채 달려나간다. 가속 페달을 짓이기면 나의 운전실력 검증할 ‘심판의 날’이 시작된다. 0→시속 100㎞ 4.1초의 눈썹 휘날리는 가속은 심장을 바짝 옥죌 만큼 강렬하다. 나아가 운전 모드마저 스포츠로 바꾸면, 차체 네 귀퉁이의 관절이 딱딱하게 굳는다. 스티어링 감각은 상대적으로 마칸보다 느슨한 대신 타이어의 접지력과 노면 상태 가늠할 피드백이 좀 더 풍성하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마칸 4 일렉트릭은 이성적이다. 치밀하고 논리적인 운전으로, 안정적인 기록과 탁월한 효율 뽐내는 프로 드라이버 같다. 반면 그레칼레 폴고레는 감성적이다. 주말마다 서킷 달리며 스트레스 푸는 ‘선데이 레이서’와 닮았다. 심지어 마세라티의 슬로건도 ‘인생은 느리게, 주행은 빠르게’다. 둘의 관계는 이 소설 제목으로 갈음할 수 있겠다. ‘냉정과 열정 사이’다.








김창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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