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튬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에 시달리던 배터리 업계에 모처럼 숨통이 트였다.
24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시장조사업체 상하이메탈스마켓(SMM)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22일 기준 1㎏당 19.5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8.33% 오른 수준이다. 2024년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2022년만 해도 70달러를 넘어섰던 리튬 가격은 캐즘 여파로 지난해 10분의1 수준인 7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부터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장시성 리튬 광산 가동이 중단된 영향이 크다. 이곳은 중국 전체 리튬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이 불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확대된 영향도 있다. 아직 전기차를 대체할만한 수요는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리튬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리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6년 리튬 수요 성장률을 30%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내 ESS 확대 정책에 따라 인센티브를 기대한 독립형 ESS 수요가 증가하고,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전력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미국에선 ESS은 보조금 혜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리튬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원가도 같이 오르는 구조지만,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업계 표정은 밝다. 배터리는 원가가 판가에 연동되면서 움직이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승세가 유지되면 원재료를 싸게 사들여 몇개월 시차를 두고 비싸게 팔 수 있는 ‘래깅(lagging)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지난해처럼 리튬 가격이 하락세에 있다면 오히려 비싸게 사들여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역(逆)래깅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만 리튬 가격이 너무 지나치게 오르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리튬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빠진 게 정상화되는 수순이고, 일정 가격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익성 문제로 닫았던 리튬 광산이 재개되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과거 CATL은 손익분기점을 1t당 20만 위안(약 2만9000달러, ㎏ 기준 약 29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CATL이 리튬 광산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는 2월 춘제(중국 설) 전후로 CATL이 재승인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리튬 가격이 도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SCMP는 “광산 조업이 재개되면 리튬 공급량이 늘어 전기차 원자재 비용이 줄어들도 전기차 제조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