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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양한 척 지원금 챙겨"…동물보호단체 대표 벌인 짓

중앙일보

2026.01.24 13:00 2026.01.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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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유기동물을 입양한 척 속여 정부 보조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해 12월 15일 동물보호단체 대표 A씨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공소장엔 “A씨가 유기동물을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킬 목적임에도, 마치 본인이 반려 목적으로 입양한 것처럼 행세하며 입양 지원금을 부당하게 지급 받았다”고 적시됐다. 입양 지원금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동물보호 대책 사업의 일환으로, 유실·유기동물을 반려 목적으로 입양하고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동물 등록을 완료한 사람에게 지자체에서 최대 25만원씩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범행은 5년 전 시작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월 14일 리트리버 입양 비용을 지출한 것처럼 입양확인서, 진료비 영수증, 동물등록증 사본, 통장 사본 등을 공주시청 축산과에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럭키’라는 이름을 가진 해당 리트리버는 이미 같은달 1일 B씨에게 입양됐고, 각종 진료비도 B씨가 지출했다. 검찰은 A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2021년 4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3달 동안 총 13회에 걸쳐 부정한 방법으로 입양 지원금 약 270만원을 공주시청 등으로부터 지급 받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동물단체는 공주시·세종시 등을 기반으로 활동중이다.

검찰은 A씨가 유기동물을 실제 키우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지자체 확인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현장 확인 없이 증빙 서류만 관할 부서에서 확인하는 시스템”이라며 “서류 자체가 티나게 조작된 게 아니라면 적발해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법(제40조)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등을 교부받은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A씨가 대표로 있는 동물보호단체 측은 “지원금을 사적으로 쓴 것이 아니고, 동물 구조와 관련된 운영비 등 공적인 일에 썼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 지원금을 제공한 공주시청 관계자는 “따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재판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에는 5월 부산에 거주하는 C씨가 지인 7명의 이름을 빌려 유기견 13마리를 입양하고, 부산진구청을 통해 지원금 325만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C씨는 부산진구청에 “안타까운 마음에 다른 사람의 명의라도 빌려 유기견들을 입양해 키우고 싶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구청은 보조금을 환수 조치했고 지난해 2월 C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C씨가 보조금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처럼 입양 지원금 등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건전한 입양 문화가 훼손되고 제도 자체의 본래 목적도 퇴색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 한주현 변호사는 “유기동물과 선량한 입양인을 위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입양한 동물을 재유기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재.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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