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그는 ‘간병 살인’의 비극을 호소했다. 사회 안전망의 부재, 돌봄의 공백,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던 짐.
"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약을 챙기며… 5년을 버텼습니다. "
남자는 오열했고,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청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간병 살인’에 대한 변호인 진술이 끝나자 이번엔 법정에 증인이 들어왔다. 아내의 오랜 직장 동료였다. 그는 증인석에 서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 언니는 정말 착한 사람이었어요. 남편이 돈을 못 벌어올 때도, 술만 마시고 집에 들어올 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새벽 네 시면 일어나 청소 일을 나갔어요.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빌딩 화장실도 닦았어요. 그래도 남편 기죽지 말라고… 돈 벌어오라는 소리, 단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언니예요. "
죽은 아내는 그렇게 스무 해를 살았다. 그러다 암에 걸렸다.
" 마지막으로 언니 본 게 한 달 전이었어요. 너무 말랐어요. 뼈만 남았더라고요. 기저귀는… 며칠은 안 갈아준 것 같았어요. 머리카락은 엉켜서 덩어리가 됐고, 온몸에서 냄새가 났거든요. 그런데 언니가 그랬어요. 제 손 꼭 잡고… 흐흑. "
증인이 흐느꼈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 우리 남편한테…. 내가 정말 미안했다고, 이 말 꼭 좀 전해줘. "
법정이 조용해졌다.
시간이 지나 최종 선고일이 다가올 무렵, 남자는 갑자기 전화 신청을 했다. 웬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용자들이 거는 전화는 모두 감청된다.
" 재판 잘될 것 같아. 나 알잖아! 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를 간호했겠냐? 말이 되냐? 오빠 믿지? 다 참작돼서 금방 나갈 것 같아. 출소하면 우리 여행이나 갈까? "
낄낄 웃으며 전화하는 남자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출소 후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남자가 법원에서 오열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5년간의 헌신적인 병 간호, 그건 감형을 위해 남자가 꾸며낸 이야기였다. 남자는 몸이 아픈 아내를 방치하다 죽였다. 그 남자의 철저한 계산, 결국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계속)
그가 복역 중이던 어느날이었다.
교도소 복도를 걷는데 비상벨이 울렸다. 나는 급히 방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