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유럽 안 가는 요즘 中 미대생…대신 홍콩서 '커리어 여권' 딴다

중앙일보

2026.01.24 15:00 2026.01.24 15:0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중국 본토의 예술 전공 졸업생들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내 인재 과잉, 유럽 박물관의 긴축 정책 등 흐름에 홍콩이 매력적인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유학이 이들 졸업생에게 ‘커리어 여권’이 됐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3월 아트 바젤 홍콩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의 유학 패키지…교육-전시-거래 묶는 도시

최근 SCMP는 “중국 본토 졸업생의 유럽행이 시들해진 사이 서구식 교육·국제 네트워크·거래 인프라가 모두 있는 홍콩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천쯔신이라는 중국 본토의 예술품 트레이더는 SCMP에 “본토 밖 여러 대학의 예술 과정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홍콩을 택하고 나서는 다른 곳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홍콩에 들어온 뒤 전시 공간을 직접 돌아보고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았다고 했다. 또 “본토에서 사업을 하다 학업으로 돌아온 만큼 집과 너무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서구 미술계의 언어와 관행을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선택이 일부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 본토 예술계 취업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적 이동이라는 게 SCMP의 진단이다.


홍콩대 박물관학 석사 과정을 밟은 미술계 종사자 미란다 인도 SCMP에 “서구의 주류 이론과 방법론을 폭넓게 배우고 이를 중국 및 아시아 미술 연구에 적용할 수 있었다”며 “수업 토론에서 동서 관점이 자연스럽게 섞였다”고 회고했다.

홍콩행이 급부상한 가장 큰 이유로는 유럽의 불황이 꼽힌다. 유럽 주요 박물관들의 재정 압박이 커져, 인력 규모를 동결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홍콩은 글로벌 예술 시장의 핵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최대급 아트페어 브랜드 아트 바젤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홍콩에서 매년 개최되고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같은 글로벌 경매사들도 홍콩에 거점을 두고 있다. 미술 감상뿐 아니라 거래까지 한 도시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본토 공급 과잉…정원 줄여도 구직자는 쏟아진다

본토 내부 사정도 홍콩 유학붐에 영향을 미친다고 SCMP는 분석했다. 매체는 중국 교육 당국 통계를 인용해 “미술 입시 응시자가 2002년 3만2000명 수준에서 2013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100만 명 이상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인력은 급증했지만 신입이 설 자리는 넓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 때문에 중국 교육 당국은 2023년 11월 대학들에 예술 전공과 과목 구조를 최적화하고 모집 규모를 줄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2024년에도 약 50만 명의 예술 전공 졸업생이 구직 시장에 쏟아졌다고 한다. 졸업생들 입장에선 학부 학위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셈이다. 홍콩에서 국제 경험을 쌓으려는 이유다.



중국 박물관 붐과 홍콩의 문화 산업화

본토 내 취업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에도 장기적으로는 수요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SCMP는 봤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박물관은 7000곳을 넘었고, 2024년 한 해에만 200곳 이상이 새로 문을 열었다. 연간 관람객 수는 중국 인구를 웃도는 15억 명에 달했다.

홍콩 역시 예술 르네상스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홍콩 당국의 인력 전망 보고서는 문화·창의 산업 일자리 수요가 2017년 21만7000명에서 2027년 23만8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요스트 스호켄브룩 홍콩대 박물관학 교수는 “새 박물관이 문을 열고 예술 거래가 늘어날 때 잘 훈련된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며 “기술과 인맥을 갖춘 홍콩 유학생들은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고 평가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