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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아니다" 소송한 전담액 업체…法 "담배 맞지만 부담금 취소"

중앙일보

2026.01.24 16:00 2026.01.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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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학교 인근 무인 전자담배 매장의 자판기. 연합뉴스
전자담배 용액이 ‘담배’인가를 놓고 사업자들과 보건복지부가 벌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까지 담배사업법상 ‘담배=연초 잎’


소송의 원고는 한국에서 전자담배 액상을 판매하는 A씨 등 사업자 6명이다. 이들은 2018~2020년 61회에 걸쳐 중국에서 생산된 전자담배용액 약 6100ℓ를 수입했다. 2020년 보건복지부는 이들이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고 보고 각각 2억7000만원~10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이들은 ‘담배’를 수입한 게 아니라며 부담금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이들이 수입한 액상 담배가 ‘잎’에서 추출됐는가다. 최근까지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는 ‘연초의 잎’이었다. 이에 더해 2016년 9월 기획재정부는 “연초의 줄기와 뿌리 부분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후 전자담배 업자들은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용액을 찾아 수입했다. 잎에서 추출된 니코틴이 줄기 추출로 조작돼 유통되는 사례도 늘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를 수입·판매할 때는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뿌리 추출 니코틴’은 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A씨 등이 ‘담배’를 수입했다고 보고 이들에게 부담금을 부과했고, 이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중국에서 용액을 수입하면서 제출한 수입신고서에는 니코틴을 ‘연초의 뿌리·대줄기’에서 추출했다고 쓰여 있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니코틴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됐다고 판단했다.



法 “담배는 맞지만, 부담금은 취소돼야”


15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진열된 담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담배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 법원장)는 지난해 11월 A씨 등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A씨 등이 수입한 액상 니코틴이 담배는 맞다고 봤다. 중국의 같은 생산업체에서 생산된 액상 니코틴에 대해 제기된 앞선 판결들이 근거가 됐다. 이 판결들은 문제의 니코틴이 신고서와는 달리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부담금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자들이 담배용액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됐음을 확정적으로 인식했음에도 이를 감췄다고 볼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전자담배용액이 정상적으로 통관됐고, 허위가 조작됐다거나 그 과정에 원고들이 관여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이들에게 부과된 부담금이 매출액의 3.5배에 달해, 납부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부담금 외에 고액의 조세도 부과됐다”며 “세금이 원고들이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압살적·몰수적인 수준이어서 직업 수행의 자유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했다.

연초의 ‘잎’과 ‘줄기’를 구분한 법령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양자 모두 연초에서 추출되는 천연니코틴으로, 순도나 유해물질 포함 정도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며 “국민건강부담금의 목적에서 보면, 잎 추출 니코틴과 대줄기 추출 니코틴, 합성니코틴이 모두 같이 규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 후인 지난달 2일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담배’의 정의가 대폭 확장됐다. 담배의 법적 정의는 ‘연초의 잎’에서 ‘연초(잎·줄기·뿌리 포함) 또는 니코틴’으로 바뀌었고, 줄기 추출 니코틴 및 합성니코틴도 동일한 법적 관리 대상으로 들어왔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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