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이 회장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약 2000명이 참석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사실상 이재용 회장의 신년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임원 세미나에서도 이 회장은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언급했다. 당시 영상 메시지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다. 이 영상은 이달 초 이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한 만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함께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올해 경영 전략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샌드위치 위기론’도 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2007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라고 경고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 격차는 일본만큼 벌리지 못한 현실을 짚은 발언이다.
이재용 회장이 이 표현을 다시 꺼낸 것은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이 구조적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는 점을 환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빠르게 따라붙고 있고,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로 자국 투자를 압박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기술 경쟁력 회복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이달 8일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단기 반등에 만족하지 말고, 근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돌파 과제로 ▶AI 중심 경영 ▶우수 인재 확보 ▶기업문화 혁신을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이 조직 관리와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참석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됐다. 지난해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메시지에 이어, 올해는 실행과 성과로 삼성의 저력을 다시 증명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평가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과 조직 관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 중이다. 삼성은 지난해 2016년 이후 9년 만에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를 재개했으며,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