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정치의 한복판에서 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키운 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경기도, 대한민국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
2022년 3월 31일 유승민 전 의원이 국회 기자단 앞에 섰다.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섰다가 윤석열 후보에게 패한 그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유권자의 심판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의 빠른 행보는 적지 않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그 주변인들도 있었다. (이하 경칭 생략)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6일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깜짝 발표를 했다.
"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습니다! "
유승민과의 ‘내전’을 예고한 선전포고였다.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약했던 A가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는 그즈음 장제원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불려갔다고 한다. ‘나한테 어떤 자리를 줄지 논의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 A는 장제원을 만나자마자 “용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제원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 용산은 나중에 가. 그 대신 네가 지금 당장 해줘야 할 일이 있어. "
A가 실망감을 섞어 반문했다.
" 그게 뭡니까? "
장제원이 은밀하게 답했다.
" 김은혜를 도와줘. "
당시 언론은 연일 “김은혜의 투입은 유승민을 탈락시키려는 윤심(尹心)의 작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결과 역시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유승민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윤심’의 반영 가능성이 큰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해 결국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김은혜에게 내줘야 했다.
유승민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올린 ‘패장의 변’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자객의 칼에 맞았다”며 칼끝을 윤석열에게 겨눴다.
반면 승리한 김은혜 진영, 그리고 노골적으로 그를 지지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은 한껏 고무됐다.
윤석열은 어땠을까? 그에 앞서 당시 유승민과 언론이 김은혜의 투입을 유승민의 탈락을 노린 윤석열 측의 공작이었다고 비판 또는 분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개선 장군’ 이준석 경악시킨 尹의 그 한 마디
그로부터 2개월 뒤인 6월 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희색이 만면했다. 그럴 법도 했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데 이어 새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치른 6·1 지방선거에서 대승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6월 1일 치러진 그 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자리 중 무려 12개를 차지했다. 압승이자 완승이었다. 전국 정치 지도는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긴 곳은 텃밭인 전남·북과 광주를 제외하면 경기와 제주뿐이었다. 그로부터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14대 2로 완패했던 보수 정당으로서는 실로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누가 뭐래도 일등공신은 정부 초기 연이은 참신·파격 행보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거대 보수 정당을 이끌면서 두 개의 대형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 ‘소년 대표’ 이준석이었다.
선거 승리 이후 그는 윤석열을 예방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이후의 정국 구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
문이 열리자 이준석은 활짝 웃으며 윤석열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윤석열의 표정은 예상 밖이었다. 어두워 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석열이 입을 열었다.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이준석은 귀를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