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한의학 세계화 이끄는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 “지·산·학·연 협력 모델 통해 한방 기반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 “고등교육 80% 사립대가 담당…‘대학사랑 기부제’ 도입 절실”
대구한의대학교의 시계는 1981년 개교 이래 줄곧 ‘미래’를 향해 맞춰져 왔다. 건학 이념인 ‘한의학의 과학화·산업화·세계화’는 단순히 액자 속 구호에 머물지 않고, 태국과 베트남의 스파 현장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강의실로, 그리고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의 공동연구소로 뻗어 나가는 실천적 에너지가 됐다. 특히 2024년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면서 대구한의대가 지역의 한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첨병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모멘텀이 됐다.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은 “우리의 혁신은 교육과 산학협력, 평생교육, 국제화 전략이 하나의 구조로 완성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을 맡아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사립대학의 생존권과 자율성을 지키는 최일선에 서 있다. “사립대가 무너지면 지역 산업과 생태계 전체가 붕괴한다”며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국·사립 간 역할을 분명히 나눠 실질적 ‘상생 파트너십’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경고하는 변 총장을 만나, 위기의 지방대를 살릴 비책과 대구한의대의 글로벌 비전을 심층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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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혁신 체계 구축”
Q : 2013년 12월 취임 이후 총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10여 년간 총장직을 맡아오면서 대학의 체질을 어떻게 바꿔왔나?
A : “대구한의대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단계적 변화를 추진해 왔다. 취임 초기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대학의 교육 구조와 재정 기반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산학협력과 현장 중심 교육을 대학 운영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LINC)을 본격화해 한의학, 보건의료, 바이오·뷰티 분야를 지역 산업과 연계했고, 기업 참여형 교육과 기술사업화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산학협력 우수대학으로 평가받아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두 차례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2020년 이후에는 대학 전반의 혁신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교육·연구·학생 지원 체계를 전반적으로 고도화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을 추진하며 성인학습자와 재직자 교육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10여 년 동안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3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수주했고, 이를 통해 대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화 측면에서도 국제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과 외국인 유학생 관련 교육부 사업을 통해 한의학, 보건의료, 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교육 협력 모델을 구축하며 대학의 외연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Q :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도 선정됐다. 향후 운영방향은?
A : “덕분에 1000억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우리 대학이 사업을 통해 지향하는 핵심 비전은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K-메디 혁신대학’이다. 전통 한의학이라는 학문적 자산을 토대로 바이오, 헬스케어, 재활 의료, 기능성 소재, 뷰티 산업으로 확장되는 K-메디 산업을 전략 분야로 설정하고 이를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글로벌 진출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글로컬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사업 운영 역시 대학 단독 추진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혁신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지자체와 기업,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제도화하고 대학이 지역 산업 혁신의 거점이자 촉진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 전반을 재편 중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산업 수요를 반영해 한의학 중심 교육과정에 AI와 데이터,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고,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과 함께 실제 과제를 수행하는 문제 해결형 교육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Q : 글로벌전략이 사업의 주요 축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A :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학위 과정과 국제 공동연구,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K-메디 기반 기술과 제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지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지역 산업의 세계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대학과 지역 전반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K-메디 산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연구개발과 창업, 기술 사업화,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다. 나아가 지역에서 학습과 성장,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루트가 마련되면서 청년 인재의 지역 정주 여건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대학의 역할 변화다.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넘어 지역 문제 해결과 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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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환자 유치 거점 대구한의대한방병원”
Q : 2025년 ‘혁신캠퍼스 개교 및 대구한의대한방병원 이전 개원식’을 열었다.
A : “대구한의대 혁신캠퍼스와 병원은 2021년 착공 이후 총 870억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교육과 의료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설계했다. 2024년 9월부터 수업을 시작한 혁신캠퍼스에는 한의학과를 비롯해 간호학과와 재활치료학부 등이 입주해 있다. 학생 중심의 실무형 교육을 목표로 조성한 혁신캠퍼스는 최신 교육시설과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첨단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연구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실용적 교육 모델을 구축했다. 2024년 10월부터 진료를 시작한 대구한의대한방병원은 지상 6층, 연면적 약 2만6696㎡ 규모로 조성했다. 43개 병실과 133개 병상을 갖춘 곳으로, 대학 부속 한방병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한의학 중심의 내과·종양센터, 중풍재활·순환신경센터, 척추관절센터, 안면마비센터, 안이비인후·피부센터, 여성소아센터, 면역심신센터 등 7개 진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재활의학과와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가정의학과 등 양·한방 협진 체계를 구축해 더욱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원 병상 가동률도 9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Q : 한방병원이 글로컬30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A : “우리 대학 사업의 핵심인 ‘K-메디 실크로드’ 구축의 핵심 거점이다. 한의학 세계화의 중심지로서 해외 환자 유치와 한방 의료 기술의 국제 확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산·학·연 협력 모델을 통해 지역사회와 산업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한의학 기반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이러한 과정은 의료 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주형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 특히 병원은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한방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한의학을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확장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방 의료의 임상 역량을 연구·개발과 산업화로 연결하는 핵심축으로,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Q : 2024년 3월부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겸직 중이다. 2025년 3월부터는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A :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이른바 사총협은 국내 사립대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협의 기구다.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참여해 고등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공동 대응과 정책 협의를 시행하는 공식 단체로, 정부와 국회, 교육 관련 기관과의 주요 소통 창구다.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이른바 대사협은 대학의 사회봉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고 대학교육과정과 사회봉사를 연계하는 연구와 실천을 통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1996년에 설립된 국내 유일의 대학 사회봉사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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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떠받치는 모세혈관 지방 사립대”
Q : 사립대, 특히 지방 사립대들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깊다.
A : “지난 17년간 이어진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지역 사립대의 존립을 위협해 왔다.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거점 국립대학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현장의 위기감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나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9개 거점 국립대가 모두 선정된 점, 그리고 지자체 중심의 라이즈(RISE) 체계가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사립대의 구조적 소외가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해 지역 거점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제정된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고등교육 정책 구조 속에서 지역 사립대의 역할이 자칫 ‘국립대를 빛내기 위한 구색’에 그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지역 대학 총장들의 우려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대학 육성은 국립대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에 머물러선 안 된다. 지역 내 대학 생태계 전체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사립대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사립대 역시 지역과 연계된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Q : 지방 국립대 등을 중심으로 한 통폐합을 넘어 2025년 3월에는 원광대와 전문대인 원광보건대가 통합 출범한다. 지방 사립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대학 구조조정 논의에서 간과해선 안 될 핵심은 지역에 위치한 중소규모 사립대를 단순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내 190개 대학 가운데 사립대만 151개교에 이르고 이들 대학은 산업 전반에 걸쳐 실무 인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시·군·구 단위 소멸 위험 지역에 위치한 사립대 51개교는 지역 경제와 사회를 떠받치는 사실상의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대학이 무너지게 되면 지방 소멸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저는 지역 사립대를 우리 몸속의 ‘모세혈관’에 비유하고 싶다. 심장과 같은 거점 국립대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몸 구석구석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모세혈관이 끊어지면 결국 신체 전체가 기능을 잃게 된다. 지방 소도시 곳곳에 뿌리내린 사립대들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와 같이 ‘학생 수가 부족하니 폐교하거나 무조건 통폐합한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대학이 사라지면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지역 상권이 붕괴하면서 결국 지역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동해시와 남원시 등 폐교 지역 사례가 보여 주듯, 이제는 대학을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이 아닌, 지역 활력을 유지하는 필수 인프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학이 지역 곳곳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된 보다 세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 학과 운영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A : “적극 공감한다. 대학은 인격을 함양하고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을 교육·연구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우리 대학 역시 이러한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 전반에서 지속적 혁신과 변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 대학 교육 환경은 국제적으로는 해외 대학과의 경쟁과 협력이 요구되고, 국내적으로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대학은 한정된 자원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도입했다. 핵심 목표에 자원을 먼저 투입함으로써 교육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 설립 이념을 토대로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부합하는 강점 분야를 도출하고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대학 구성원들과 이를 공유해 왔다. 아울러 기존의 관행과 비효율적 요소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혁신 중심의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한의학의 과학화·산업화·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중점 전략으로 한방·바이오·웰케어(Wellcare) 산업 분야를 핵심 육성 영역으로 선정했다. 이는 외부 환경 변화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대한 대응, 그리고 지역 주력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대구한의대는 이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발전 목표로 삼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방 산업 분야에 한방 의료 서비스와 화장품 제조·한방 소재 식음료 산업을, 바이오산업 분야에는 바이오 의약과 의료기기·자원 산업을, 웰케어 산업 분야에는 셀프케어와 리빙케어·엔터테인먼트 영역을 각각 전략적으로 배치해 집중 육성을 추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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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으로 대학 살려야”
Q : 지방 사립대를 회생시킬 묘수가 있다면?
A :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사립대학이 전체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국·공립대 중심의 유럽과도 다르고, 사립대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이나, 경상비 지원을 통해 지역 소규모 대학을 살리는 일본과도 다른 형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공공재로서 사립대의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사립대에 재학 중인 다수의 학생이 국립대 학생들과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립대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사총협은 이를 위해 정부에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지속해서 제안하고 있다. 첫째, 한시적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넘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사립대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보장하고 제도적 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사립대학법’ 제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셋째, 사립대를 바라보는 정부와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립대를 규제나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소중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이 사립대의 긍정적 가치를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사립대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경쟁력이라는 믿음 아래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법적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Q : 최근 사립대 등록금 규제가 18년 만에 일부 완화됐다.
A : “그렇다. 2025년은 사립대에 있어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7년간 동결됐던 등록금을 151개 사립대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120개 대학이 인상하면서 대학 재정 운영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가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등록금 인상을 연계하던 규제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은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다. 다만, 문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데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대학 역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인데, 규제 폐지의 효력을 2027년으로 유예한 것은 현장의 절박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글로컬대학이나 라이즈(RISE) 체계 등 주요 정책과 재정지원이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적 재정 지원이 거의 없는 사립대들은 작금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고등교육법이 정한 법정 상한 범위 내에서의 등록금 인상을 인정하고 국가장학금과의 연계 역시 2026년부터 즉시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유예 조치는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어지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변화의 속도를 강조해 온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대학의 재정난과 미래 투자의 필요성을 인정하겠다는 메시지와도 다소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AI 대전환, 이른바 AX 시대를 맞아 교육 환경을 혁신하는 일은 단 하루도 미룰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후화한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첨단 실습 장비를 도입하며,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 일은 미래 인재 양성과 대학 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과제다. 대학이 확보한 재원을 적시에 교육 현장에 투입해 AX 시대에 걸맞은 교육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전향적이고 신속한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싶다.”
Q : 사총협 회장으로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 “사총협은 대학의 창의적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정부에 건의해 왔다. 교육부 역시 규제개혁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규제가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제가 회장직을 수행하며 중요하게 인식해 온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대학 재정 구조의 다변화 필요성이다. 그 대안 가운데 끊임없이 제안해 온 한 가지가 바로 ‘대학사랑 기부금제’ 도입이다. 현재 ‘정치기부금 세액공제’나 ‘고향사랑 기부금제’처럼 대학에 기부할 때도 연간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학 기부 문화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사랑 기부금제가 도입된다면 동문과 지역 주민들의 소액 기부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학의 재정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등록금 외 수입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 장학 혜택과 우수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