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며 80~90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역시 고령층에 속하는 자녀에게 상속하는 ‘노노(老老) 상속’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소비가 활발한 젊은층으로 자산이 넘어가지 않고, 고령층에 머물며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자산 잠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속세 부과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1875건으로 전체의 56%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상속재산은 24조4966억원으로 전체 상속재산가액(44조4151억원)의 55.2%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4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로, 2020년과 비교하면 약 14조원가량 증가했다.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면 주로 자녀인 상속인도 60세 전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파른 고령화로 사망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상속 시점에 상속인도 노인에 속하는 ‘노노 상속’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젊은 세대로 상속 자산이 이전되던 때엔 신규 사업 등으로 활발히 재투자됐지만 고령자에게서 또 다른 고령자에게 이전되면 자산의 운용 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의 부(富)가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고령층에 머물며 자산이 잠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산 양극화와 소비 위축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예컨대 올해 59세인 A씨는 최근 85세 모친이 사망한 뒤 서울 소재 25억원짜리 아파트를 상속받았다. 상담 후 대략 8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당장 상속세를 낼 여유가 없었다. 결국 A씨는 거주하던 경기도 광명 아파트를 팔아 상속세를 내고, 상속받은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기로 했다.
한국은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상속자산 역시 유동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80세 이상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준 상속재산 24조4966억원 중 10조8535억원이 아파트 등 건물이었다. 토지가 5조3275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전체 상속재산의 3분의 2가 부동산이었다는 의미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20%대에 올라선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36년 30.9%, 2050년 40.1%로 빠르게 증가한다. 이런 추세 고려하면 노노 상속 규모 역시 향후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 의원은 “활발한 사전 증여를 통해 자산 잠김을 최소화하는 것이 세수나 소비 여력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며 “상속∙증여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