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KBL)에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를 닮은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올해 용산고를 졸업한 서울SK 나이츠의 에디 다니엘(18)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5월 KBL 사상 처음 연고 지명을 통해 입단한 선수다. SK는 다니엘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9년 그 가능성을 알아봤고, 6년 후 그 소년은 대학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SK 유니폼을 선택했다.
지난 23일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다니엘을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애초 주문한 커피를 취소하고 '캐러멜 마키아토'를 마셨다. 새 도자기 같은 윤기 나는 구릿빛 피부를 지닌 그는 “졸업식에 갔더니 선생님과 친구 부모님들이 사진을 찍고, 사인해달라고 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아직은 뼈가 여물지 않은 어린 나이지만 피지컬이 남다르다. 전희철 SK 감독은 “1m92㎝에 97㎏인데 골격근이 52㎏이나 된다. 상대 센터의 스크린도 깨부수고 나가는 선수”라며 평했다. 체지방이 6~7%에 불과한데, 이는 세계 최고의 보디빌더 수준이다. 아프리카계 영국인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피지컬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할머니·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자라 입맛은 또래보다 더 한국적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김치째개를 첫손에 꼽더니 “삼겹살, 김치찜도 잘 먹고 회도 좋아한다. 홍어삼합, 산낙지도 잘 먹는다”고 한식을 줄줄이 말했다. 이국적 외모지만 그는 “영어는 잘 못한다. 듀오링고로 혼자 공부하는데 요즘은 한동안 안 해서 레벨이 많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먼 미래에는 NBA에서 뛰고 싶다는 야심도 품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말고사를 마치고 팀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니엘은 악착같은 수비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료들로부터 “다니엘이 코트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듣는 물불 가리지 않는 파이터다. 힘이 좋고 발도 빨라 유기상(LG), 서명진(모비스) 등 상대 슈터를 전담 마크한다. 팬들은 ‘몸을 던져가며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모양새가 만화 주인공 강백호를 빼 닮았다’며 환호하고 있다. 그는 “아직 형들보다 기술이 부족해 열심히 수비를 뛰는 걸 팬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면서도 “강백호도 좋지만 서태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태웅은 ‘슬램덩크’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팀을 구해내는 에이스다.
다니엘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13일 원주DB전, 15일 창원LG전, 22일 울산모비스전에서는 세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지난해 10분대를 밑돌던 출전 시간도 이제 30분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최근 4경기에서 23분 4초를 출장해 평균 11.5득점, 3.75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중·고교 때는 나이키 등이 주최한 NBA 농구 아카데미 등에 단골로 초청돼 기본기도 탄탄하게 쌓고 선진 농구를 접하는 기회도 누렸다. 드리블 자세도 낮고 안정적이다. 올스타전에서는 1대1 콘테스트에서 정호영(DB), 김건하(모비스), 정성조(삼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날렵하게 상대를 제치고 골밑으로 파고드는 공격을 상대는 알고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외곽슛은 좀 더 갈고 닦아야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땐 내가 템포를 조절하며 슛을 쏠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슛을 쏠 때 심박 수도 다르다”며 “프로에 뽑힌 뒤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 1군에 합류한 후 훈련 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하루에 슛 500개를 꼭 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겐 ‘성하랑’이라는 집에서 부르는 한국 이름이 있다. ‘성’은 엄마의 성씨다. ‘하랑’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뜻이다. 강백호처럼 활달하지만, 좌충우돌하는 성격은 아니다. 구단은 그에게 “강백호처럼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는 건 어떠냐”고 슬쩍 제안했지만 “아직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고 거절했다. 그는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나를 믿고 뽑아 준 팀에선 레전드가 되고 싶다”며 “2년 후 프로농구 라운드 MVP, 5년 후 최연소 MVP에 도전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