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반정부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 유혈 진압을 이유로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미국이 병력을 중동으로 집결시키는 가운데, 이란 정부는 전면전을 거론하며 경고에 나섰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한다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며 “제한된 공격, 전면적 공격, 정밀 공격, 물리적 공격 등 그들(미국)이 뭐라고 부르든 간에 어떤 형태의 공격도 우리를 향한 전면전으로 간주해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미국의) 군사력 증강 배치가 실제 충돌을 의도하려는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우리 군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란 전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발령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만약을 대비해 많은 함정이, 대규모 병력이 이란을 향해 이동 중”이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우리는 그들(이란 정부)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P통신에 따르면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이 인도양으로 들어섰다. 이미 미국은 연안전투함 3척과 구축함 2척을 이란 인근으로 전개해 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도 “이란이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28일 경제난으로 발발한 반정부 시위를 이란 정부가 유혈 진압하고 있는 것을 문제시하면서다. 미국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활동가뉴스에이전시(HRANA)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51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 초반부터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의 유혈 진압이 오히려 체제 불안정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유혈 진압은 체제 약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란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항공사들은 항로를 변경하거나 항공편을 취소하고 있다. 지난 16일 유럽연합 항공 규제 당국이 항공기들의 이란 영공 진입 자제를 권고한 이후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항공사들이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성명을 통해 “자사 항공기가 운항하거나 상공을 통과하는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이란을 타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내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오는 4월 30일 전까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65%”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연구 책임자 모나 야쿠비언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군사력 증강은 군사 타격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보여준다”면서도 “이는 분명히 공격의 전주곡일 수도 있지만 협상에 앞서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