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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미네소타서 또 연방요원 총격에 사망…“얼마나 더 죽어야” 시위 격화 조짐

중앙일보

2026.01.24 22:06 2026.01.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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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4일(현지시간) 또다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7일 백인 여성 르네 니콜 굿(37)이 이민단속국(ICE) 요원 총에 맞아 숨진 지 17일 만이다. 연방 법 집행요원의 과잉 단속 논란과 함께 시위대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정부 법 집행요원들이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를 제압하며 길바닥에 쓰러뜨리는 장면. 요원들은 프레티에게서 총을 회수한 뒤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사진 CNN 영상 캡처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7세 백인 남성이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유족 인터뷰를 통해 사망자 신원이 미니애폴리스 남부에 거주하는 보훈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라고 보도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정부 법 집행요원들의 총격을 받고 숨진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가 과거 산악 트래킹 때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국토안보부 “권총 소지 용의자, 학살 의도”

국토안보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이날 오전 국경수비대원들을 향해 한 사람이 9㎜ 반자동 권총을 소지한 채 접근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사망한 남성을 ‘용의자’로 지칭하며 “대원들이 무장 해제를 시도했지만 무장한 용의자가 격렬하게 저항했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았다고 판단한 요원이 방어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 즉시 응급 처리를 했으나 현장에서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국토안보부는 또 “용의자는 탄창 2개를 소지했고 신분증은 없었다”며 “그는 현장에서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법 집행요원을 살해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는 프레티가 소지했다는 권총 한 자루 사진도 공개했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법 집행요원들의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무기와 탄약을 소지한 사람이 국내 테러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노엄 장관 옆으로 사망한 남성이 소지했다는 권총 사진이 띄워져 있다. AP=연합뉴스


NYT “사망자 손엔 총 아닌 휴대폰”

하지만 국토안보부 발표를 놓고 현장 영상 속 정황과 배치된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이후 공개된 총격 당시 영상에서는 법 집행요원들이 프레티, 그리고 옆에 있던 한 여성과 몸싸움을 벌이다 둘을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저항하는 프레티에게 갑자기 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영상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망한 남성은 총이 아닌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며 국토안보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NYT는 “연방 당국은 프레티가 무장했다고 주장하나 그가 무기를 꺼내는 장면은 없었다”며 “여러 요원들이 프레티와 몸싸움을 벌이다 길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했으며, 약 8초 만에 한 요원이 ‘그가 총을 갖고 있다’고 외친다. 이는 그가 땅에 쓰러지기 전까지는 무장한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한 요원이 총기를 회수하는데 이는 국토안보부가 프레티 소유라고 한 총기일 가능성이 크다.



CNN “요원들, 총기 빼앗은 뒤 사살한 듯”

이후 다른 요원이 자신의 총으로 프레티 등을 겨누고 근거리에서 한 발을 발사했고, 프레티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 총성음이 들린다. 총 5초 동안 최소 10발 이상의 총탄이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CNN은 “영상 분석 결과, 한 요원이 프레티에게서 총기를 빼앗은 직후 다른 요원들이 그를 치명적으로 사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프레티가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요원들이 비무장 상태의 프레티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의미다. 오하라 경찰청장은 “프레티는 전과가 없는 미국 시민이며 합법적인 총기 휴대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네소타주에서는 허가증 소지자의 총기 공개 휴대가 합법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법 집행요원들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총격을 가한 요원들의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뿌리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즈 주지사 “권력자들, 사건 왜곡·조작”

미네소타주에서 이민 단속 강화의 발단이 된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 온 팀 월즈 주지사는 사건 직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통화한 뒤 “연방정부 최고 권력자들이 스토리를 왜곡하고 조작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토안보부 발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제이콥 프레이 시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도시를 공포에 떨게 한다”며 “이번 작전이 끝나려면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들이 죽거나 다쳐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르네 니콜 굿이 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현장에서 1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주지사 향해 “반란 선동” 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요원의 총격이 정당방위라는 취지로 강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레티 권총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리고 “장전된 상태에서 발사 준비가 돼 있었는데, 현지 경찰은 왜 ICE 요원들을 보호하지 않았는가. 시장과 주지사가 그들(경찰)을 철수시켰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야당인 민주당 소속 월즈 주지사와 프레이 시장을 향해 “거만하고 위험하며 오만한 언사로 반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인 총격 사망에 대한 규탄 시위를 ‘내란’으로 규정하면서 시위의 전국적 확산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법 집행요원들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가 사망자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를 추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반발 시위는 격화할 조짐이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이날 프레티 사살 요원들의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법 집행요원들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쓰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이날 저녁 프레티 추모 촛불집회가 열린 미니애폴리스 휘티어 공원에는 영하 21도까지 떨어진 혹한 속에 1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미니애폴리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 시위로 확산됐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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