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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명에 '공포의 편지' 날아든다…트럼프 떨게 하는 극한 한파

중앙일보

2026.01.24 22:14 2026.01.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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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눈보라가 몰아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행인이 옷을 겹겹이 입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전역에 최강 한파가 닥쳤다. 극한의 추위와 함께 치솟는 난방비가 11월 중간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 기상청은 24일(현지시간) 서부 및 남부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 얼음 폭풍(Ice Storm), 겨울 폭풍(Winter Storm), 극한 한파(Extreme Cold), 결빙(Freeze) 등 한파 경보를 발령했다. 산간에는 눈사태, 해상에는 해일 경보를 내렸다. 미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미네소타주는 한때 수은주가 영하 4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켄 그레이엄 기상청장은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에서만 약 2억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연방 정부는 미국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 주민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현재까지 18개 주(州)와 워싱턴 DC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항공사는 주말 이틀 동안 약 1만3000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텍사스주에선 얼어붙은 빗방울이 전신주 사이 전깃줄을 끊어 5만5000건의 정전 사고가 접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큰 눈에 도로 마비를 예상한 생활필수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대가 텅텅 비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파는 곧 난방비 상승을 뜻한다. 전미에너지지원이사회(NEADA)에 따르면 올겨울 평균 난방비가 1년 전보다 8.7% 오를 전망이다. 가구당 평균 난방비 규모는 941달러(약 140만원)로 예측했다. 특히 전기로 난방하는 가구의 난방비는 같은 기간 최대 14.2% 상승한 1189달러(약 174만원)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NEADA 관계자는 “난방비 증가는 전기요금 상승과 반복적인 한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최근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버지니아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전력망 안정과 전기요금 억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에드 허스 휴스턴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휘발윳값이나 전기요금이 오를수록 현직이 재선에 불리하다는 것은 정치권의 법칙”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휘발윳값이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이 집권한 뒤 휘발윳값이 떨어졌다는 점을 수시로 치적으로 홍보한다. 전기요금도 휘발윳값 못지않게 일상과 직결한 물가지표다.

미국인이 전기요금 물가에 유독 민감한 건 주거 구조와 냉·난방 방식 때문이다. 미국 주택 상당수는 단독주택이다. 냉·난방을 모두 전기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무더운 남부·서부 지역은 여름철 폭염 기간 에어컨 사용이 생존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여름·겨울철 전기요금 고지서가 미국 가정에서 ‘공포의 편지’로 불리는 이유다.

미국의 독특한 전기요금 부과 방식도 유권자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요소다.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의 통일된 요금제가 없다. 주 정부와 민간 전력회사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캘리포니아·뉴욕·텍사스 등 주별로 요금차가 크다.

트럼프는 “전기요금 급등은 급진적 환경주의자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엘리트 좌파 정책으로 서민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대안으로 화석연료 사용 확대, 규제 완화를 제시한다. 에너지 정책이자 중간 선거 전략이다. 다만 정치권을 압박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더라도 여러 요인이 맞물려 급등한 전기요금을 단기간에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WSJ은 짚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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