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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의 분담'에 난처해진 日…'5조엔 세수 펑크'에 닥친 방위비 압박

중앙일보

2026.01.24 23:13 2026.01.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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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의원 해산을 선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새 국방전략(NDS)이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동맹국들의 안보 부담 분담 확대’를 강조하면서 일본에도 방위비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미국은 이번에 내놓은 NDS에서 일본 방위비를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요미우리 신문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25일 미국 정부가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GDP 대비 5%까지 올리기로 한 것을 '모범 사례'로 극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 이래 ‘평화헌법’에 입각해 방위비가 GDP 대비 1%를 넘지 않도록 관리했다. 그러다가 2022년 12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2027년까지 방위 예산을 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1%대의 방위비를 2%대로 인상하는데 반세기 가량 걸린 셈이다. 일본에서 단기간에 급격하게 5%대로 증액한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3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노다 요시히로 입헌민주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다음 달 8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소비세(식료품) 제로’ 공약을 꺼내 들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일 식료품 소비세(8%)를 2년간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에 더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와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가 창당한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아예 식료품 소비세 영구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자,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서로 ‘감세’ 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일본 정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식료품 소비세를 폐지할 경우 연간 약 5조 엔(약 46조 6300억 원)의 정부 세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교육 지출비와 거의 맞먹는 규모”라며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가 세입에 거대한 구멍을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24일 선거 유세 도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동맹국 GDP 5%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미국 측으로부터 (5%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직접 들은 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방위력 강화는 어디까지나 일본이 주체적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지난해 4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지난해 6월에도 미국 정부가 일본에 GDP 대비 3.5%까지 방위비를 인상하라고 요청했을 때, 일본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하면서 예정됐던 양국 외교·국방 장관 회의(2+2회의)를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선거를 앞두고 곤란한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이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25일 한국에 이어 27일 일본을 방문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이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콜비 차관은 새 국방전략 수립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교도통신은 그가 방위비 인상을 “직접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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