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 지명 28일 만이다. 이 대통령이 그간 “본인 해명도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 후보자 역시 ‘청문회만 하게 해달라’며 읍소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최종 판단으로 풀이된다. 18년 만에 새 출발을 알렸던 기획처도 내상을 입게 됐다.
25일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획처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한 관계자는 “주말까진 여론을 보지 않겠느냐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결정이 빨리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문회까지만 가보자고 했지만, 내부에서도 이미 제대로 해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딱히 동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역시 이날 지명 이후 주말도 빼놓지 않고 찾았던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첫 수장 취임이 수포가 되면서 기획처도 초기 동력을 잃게 됐다. 현실적으로 새 장관 후보자가 지명돼,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려면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장관급 판단과 정치적 조율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주요 현안도 줄줄이 정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편성지침이나 재정전략회의 등 핵심 실무 준비 과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인사도 문제다. 기획처는 기획조정실장과 예산총괄심의관 등 핵심 보직 인사를 미뤄둔 상태였는데 공백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기획처 관계자는 “가뜩이나 출범 초기라 조직 내부 관리 이슈도 적지 않은데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 부처의 반발이 불가피한 지출 구조조정이나 재정 개혁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인데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이 부분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적자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면서 재원 마련이 절실한 현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 관계자는 “길게 보면 리더십을 갖춘 새 수장을 맞는 게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정책적으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하는 초반에 공백이 너무 길어지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일단 26일 임기근 차관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주요 업무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박문규 기획처 대변인은 “민생 안정과 국정과제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이 후보자의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과 관련해 향후 조사에서 위법 사실이 확정되면 주택법에 따라 공급계약 취소, 청약 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형태의 부정 청약에 대한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논란이 일자 주택법 등 현행 규정을 통해 제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