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미 달러화 매수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보유하던 달러를 일부 매도하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 투자 열풍이 다소 진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이달 22일 기준 632억483만 달러(약 92조원)였다. 지난해 12월 말(656억8157만 달러)과 비교하면 3.8% 감소한 수치다.
특히 기업들의 달러 예금 잔액이 498억3006만 달러로 집계되며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465억7011만 달러)과 12월(524억1643만 달러)엔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개인 달러 예금 잔액도 지난해 7월(115억7967만 달러)부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지만, 증가 폭이 이달 들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0억9871만 달러가 증가한 반면, 이달 22일까진 10분의 1 수준인 1억964만 달러만 늘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다시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 상품이다. 미국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원화값은 하락)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강조하며 기업 등에 달러 현물 매도를 권고하고, 환율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차익실현으로 달러 예금 잔액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기조에 맞춰 시중 은행들도 달러를 포함한 외화예금 이자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며 환율 방어에 동참하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부 회의에서 오는 30일부터 ‘쏠(SOL) 트래블’ 달러 예금 상품 금리를 세전 연 1.5%에서 0.1%로 낮추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30일부터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의 달러 예금 이자율을 세전 연 2%에서 0.05%로 내릴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1%에서 0.1%로 인하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큰 상황에서 당국의 환율 관리 기조와 은행의 공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