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의 단식 농성이 끝나자 잠시 소강 상태였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친한계는 장외 집회까지 열며 ‘제명 철회’를 압박했지만, 이에 자극받은 지도부에서는 오히려 제명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최종 결정을 내릴 장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에 당무에 복귀한다.
한 전 대표 지지 모임인 ‘자유국민연합’은 토요일인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제명 철회’ 요구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석한 친한계 박상수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주최 측 추산으로 10만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며 “집회보다 몇 배는 많은 인원이 행진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마포을 당협위원장, 류제화 변호사 등 원외 친한계도 참석했다.
한 전 대표도 힘을 실었다. 한 전 대표는 지지자 소통 플랫폼 ‘한컷’에 “이것이 진짜 보수 결집”이라며 “가짜 보수들이 진짜 보수를 내쫓고 보수와 대한민국을 망치는 걸 막기 위해 이 추운 날 이렇게 많이 나왔다”고 적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의 제명 결정에 재심 청구를 하는 등 공식 절차를 밟는 대신 지지층의 장외 집회를 독려하는 등 실력 행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지도부 일원의 정치적 이해와 당의 미래를 맞바꾸는 건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행위”라며 “제발 정신 좀 차리자”고 적었다.
하지만 친한계의 ‘무력 시위’는 오히려 지도부 내부의 제명 강행 기류를 자극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가 ‘진짜 보수’라면 우리는 ‘가짜 보수’라는 얘기냐”라며 “재심 청구는 하지 않고 지지자들을 동원해서 당과 정면 충돌을 하니 징계를 철회하면 당의 기강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파’였던 또 다른 최고위원조차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복귀 전까지 당원 게시판 의혹을 소명하지 않으면 제명은 피할 수 없을 분위기”라고 했다.
친한계 집회를 향한 공개 비판도 나왔다. 장 대표와 가까운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전국에서 박박 긁어모아 겨우 2000명 모인 집회를 몇만이라 부풀리는 좌파 감성”이라며 “유승민(전 의원)부터 박근혜(전 대통령)까지 장동혁 대표 단식장에 결집했는데 혼자 끼지 못해 진짜 보수 결집 운운하는 열등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 수를 2000명 미만으로 추산했다.
장동혁 대표는 빨라야 이번 주 후반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장 대표는 전날 참모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으나 참모진과 의료진은 “너무 이르다”며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이제야 조금씩 미음을 먹고, 수액을 투여하고 있다”며 “단식 때 생긴 흉통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한 심장 검진과 뇌파 검사 등도 추가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장 대표의 26일 최고위원회의 불참은 확정적이다. 최은석 원내대변인은 25일 취재진을 만나 ‘장 대표 없이 제명안을 처리할 가능성’에 대해 “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최고위라 제명안은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건강 회복 속도가 빠를 경우 이르면 29일 최고위에서 제명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내홍이 다시 불거지는 데다 당 지지율까지 반등이 없자 당 안팎에서는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의 단식 투쟁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라며 “내부적으로는 대동단결하고, 밖으로는 민심에 부합해야 한다”고 썼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조사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주 전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22%를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43%) 지지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2%는 지난해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