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의원의 국외 출장 비용과 관련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도의회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도의회 내부에서는 정작 출장을 갔던 도의원은 한 명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지방의회 의원의 관행적인 외유성 출장, 출장비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이 편법을 쓰도록 내몰리는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경기도 수원영통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국외 출장비와 관련한 도의회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회 7급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20일 용인 수지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해 2월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경기도의회와 경기 남부 지역 시·군의회 18곳을 대상으로 출장비 조작 관련 수사를 의뢰받아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10명 이상의 경기도의회 직원이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고, 입건된 도의원은 없다.
“지출만 담당했던 고인, 수사 대상 돼”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도의원의 국외 출장을 위해 비용을 부풀리는 과정에 동원된 A씨가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고질적 관행인 ‘항공권 영수증 뻥튀기’로, 비즈니스 급 (표를) 결제해서 영수증을 만들고, 실제로는 이코노미 (좌석을) 타서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라며 “고인은 이런 내막도 모른 채, 위에서 시키는 대로 뻥튀기된 영수증을 받아서 지출만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또 “수사 대상 대부분이 지출을 담당했던 ‘막내 서무’들이다”라며 “정작 도의원, 팀장·과장, 출장 기획자는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했다.
한 경기도의회 내부 관계자는 “고인은 출장 계획을 세운 사람도 아니고 지출만 담당하는 직급”이라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도의회와 출장 용역을 맡은 여행사 간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A씨가 ‘페이백’을 받았단 오해를 받았고,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됐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 “개인 일탈 아니라 구조 문제”
공직사회에선 지방의회의 관행적인 국외 출장과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공무원들이 곤란을 겪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현실과 동떨어진 공무원 국외 여비 기준으로 인해 현장 공무원들이 구조적인 불이익과 부당한 의심에 노출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우선임에도 권익위는 관련 기관을 경찰에 고발해 담당자를 범법자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국외 출장에 참여한 공무원은 부족한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정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며 “이는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무원 국외 여비 중 식비 기준은 1998년, 일비(日費)는 2000년, 숙박비는 2015년 이후 계속해서 동결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아울러 노조는 “경기도의회에는 실무 공무원에 대한 부당 지시 강요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진행한 지방의회의 국외 출장 상당수가 사실은 외유성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권익위가 2022년 1월~2024년 5월 243곳 지방의회의 국외 출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233곳에서 외유성 출장, 항공료 조작을 통한 여비 과다 청구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사건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의회 전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