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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외에 공장 지으면서 K제조업 경쟁력 키우려면

중앙일보

2026.01.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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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지금 우리는 거대한 국제 경제 질서의 전환점에 있다. 개방과 세계화의 규범이 사라지고, 모든 나라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생산주의를 당연한 듯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경제구조에서, 우리가 미국처럼 자국 보호조치를 취하고 교역을 위축시켜서는 그 해법을 얻을 수 없다. 이럴수록 외국의 생산기지 투자 요구에도 응하고 경제 협력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전환기에 대응하는 전략의 핵심은 지난 50년간 축적했던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하고,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그나마 대접받을 수 있던 것은 강력한 제조업 역량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잘못 활용했다가는 장차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각국 모두가 자국에 공장을 짓도록 강요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이것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해외 진출의 딜레마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 그 전제는 제조업의 실질 주체인 기업을 보는 시각을 전환하는 일이다. 기업이 국가의 경계선을 넘어 활동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국적이나 소재지가 아니라, 그 기업의 경제적 효과와 해당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확보한다는 ‘제조업 경쟁력의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개별 기업을 바라보고 지원해야 한다. 이에 입각해 다음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제조업 공급망의 핵심 역량이 한국의 통제 하에 있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 핵심은 국내에 두고, 해외로 공장 건설은 이를 실현하는 전달체계가 되도록 공급망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해외 투자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정부의 산업정책도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공급망 강화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투자가 경영권이나 통제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점에서 자본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본 시장은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단순 중개가 아니라, 해외 소재 기업에 대한 통제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역할이 제고돼야 한다.

그중 하나가 해외 투자 기업에 대한 국내 상장 추진이다. 쿠팡이 해외에 상장된 사실을 무기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부득이하게 해외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국내에 상장시키면 기업에 대한 우리의 통제권을 강화할 수 있고, 이것이 지금 변화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기업 성과의 과실을 국내에 더 많이 들여오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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