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BWAA 시상식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와 다나카 마미코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 실력만큼 뛰어나진 않다. 미리 준비해둔 연설물을 보고 읽은 수준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어로 연설한 용기가 빛난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의 영어 실력까지 일취월장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뉴욕 지부 시상식 만찬 자리에 참석해 내셔널리그(NL) MVP 수상자로 발표된 뒤 연설에 나섰다. 올해로 101년째를 맞이한 BBWAA 시상식은 전년도 MVP, 사이영상, 신인상, 감독상 수상자들이 참석하는 권위 있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LA 지역 대형 산불 사태로 시상식에 불참하며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던 오타니는 올해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참석했다. 네이비색 재킷과 검은색 셔츠, 넥타이 차림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오타니는 MVP 수상 소감을 직접 영어로 말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준비한 연설물을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오타니는 “내게 투표해준 기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MVP는 매우 의미 있는 상이고, 다시 수상하게 돼 정말 큰 영광이다. MVP를 받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고생을 인정해준 기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나를 믿고 내 비전을 받아준 다저스 구단에 감사드린다. 오늘 밤 여기 있는 마크 월터를 비롯한 구단주그룹, 그리고 앤드류 프리드먼(야구운영사장)과 론 로젠(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포함한 프런트 오피스 전체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BBWAA 시상식에서 수상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어 “모든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여러분, 1년 내내 여러분의 지지를 느꼈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모든 다저스 스태프 여러분에게도 감사하다. 특히 오늘 밤 여기 함께해준 알 가르시아(보완 요원)에게 감사하다”며 “나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와 그의 아내 리즈의 모든 노력에도 감사하다”며 선수단, 에이전시에 두루두루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가족이었다. “일본의 가족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랑하는 아내 마미코와 딸, 그리고 데코핀(반려견).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다.”
오타니의 연설이 끝나자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찍던 참석자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약 2분30초 동안 이뤄진 이날 연설은 오타니에게 최장 시간 기록. 2019년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 자격으로 처음 참석한 BBWAA 시상식에서 1분40초 정도 연설했다. 이어 2년 전 AL MVP 수상자로 다시 온 BBWAA 시상식에선 약 2분10초로 늘어나더니 이번에는 20초가량 더 길게 말했다. 연설물을 보고 읽었지만 안정된 톤으로 말이 끊기지 않았고, 적절하게 청중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등 시선 처리까지 깔끔했다.
[사진] BBWAA 시상식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BBWAA 시상식을 중계한 ‘파울 테리토리’ 오타니 영상에는 영어 실력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뤘다. “영어 실력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오타니는 모든 것을 빠르게 습득한다”, “발음이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특히 자음 발음이 개선됐다” 등 스피치 능력 향상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댓글도 있다. “윌 아이어튼이 곧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이어튼은 다저스 분석팀 소속 직원으로 오타니의 통역을 맡고 있다. 2024년 3월 오타니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도박 및 절도 혐의로 해고된 뒤 아이어튼이 오타니의 입이 됐다. 모든 공식 인터뷰에 함께하고 있다.
올해로 미국 진출 9년째가 된 오타니는 영어를 어느 정도 편하게 구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어 실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인터뷰 자리에선 꼭 통역을 대동한다. 말 한마디로 혹시 모를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선 정확한 통역이 필요하다. 거의 대부분 아시아 선수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도 통역을 거쳤다. 어릴 때 미국으로 바로 건너와 마이너리그에서 생존 영어를 배운 한국인 박찬호, 추신수 정도만이 통역 없이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했다.
[OSEN=지형준 기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통역 윌 아이어튼을 통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04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