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입고 눈 마스크를 쓴 ‘노장’(老長)과 타이트한 드레스를 입은 ‘소무(小巫)’가 농염한 눈빛과 몸짓을 주고받는다. ‘노장’으로부터 ‘소무’를 빼앗으려는 ‘취발이’는 거칠게 ‘노장’에게 달려든다. 젊은 한국 무용 스타들이 새로 그린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의 장면이다.
지난 21일 서울 신수동 레이어스튜디오11에서 프리뷰 공연을 펼쳤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본 공연을 개막한 ‘에피소드:2, 탈춤’(EP:2, TALCHUM)은 봉산탈춤의 전통과 현재를 담았다.
봉산탈춤은 황해도 봉산군을 중심으로 발전한 탈춤의 하나다. 지난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됐고, 2022년에는 다른 한국의 탈춤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노장·취발이 등의 탈 모양과 사자춤·양반춤 등으로 잘 알려져있다. 흥겨운 장단과 춤사위 속에는 양반 등 권력층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가득하다.
공연은 1, 2부로 나뉜다. 줄거리는 유사하다. 고고한 척하지만 여인의 꼬임에 넘어간 파계승에 대한 풍자를 담은 내용이다. 파계승인 ‘노장’, 노장을 유혹해 파계승으로 전락시키는 소녀 무당 ‘소무’, ‘노장’으로부터 ‘소무’를 뺏으려는 ‘취발이’ 등 봉산탈춤 캐릭터들이 1, 2부에 모두 등장한다.
비슷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게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1부는 익히 알던 봉산탈춤의 모습이다. ‘낙양동천이화정’(洛陽洞天梨花亭·신선들이 노니는 배꽃이 핀 정자)이라는 익숙한 추임새가 시작이다. 피리·대금·해금·아쟁 등 전통 악기가 어우러진 소리를 배경으로 봉산탈춤 이수·전수자들이 공연을 벌인다.
2부는 동시대적인 감각을 입은 새로운 봉산탈춤이다. 현대적인 기계음 속에 무용수들은 보다 빠르고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인다. 품이 넓은 한복을 두른 채 은은하지만 요염한 몸짓으로 파계승을 유혹하는 ‘소무’의 몸짓은 몸매가 드러내는 옷과 함께 보다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변화했다. Mnet 댄스 경연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무간과 김재진·김시원을 비롯해 손승리·김관지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무용수들이 2부에서 봉산탈춤 속 캐릭터들을 새롭게 표현했다.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의 총 연출은 기무간 등이 소속된 댄스 레이블 ‘꼬레오’의 유수경 대표가 맡았다.
이 작품을 기획한 링크서울의 김동협 대표는 “한국의 전통 예술 장르를 트렌디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작품”이라며 “우리 전통이 동시대 대중문화와 밀접하게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링크서울은 지난해 8월 조선 시대 ‘갓’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EP: 1, GAT’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1일 프리뷰 공연을 비롯해 지난 24일 공연에는 Mnet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래퍼 우원재가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링크서울은 “우원재는 풍자 및 사회적 메시지와 긴밀히 연결할 수 있는 힙합 가수”라며 “탈춤의 시각성과 서사를 현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이콘”이라고 소개했다. 우원재는 오는 31일 공연에도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