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와 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가 신천지 전 간부로부터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희자 한국근우회 회장이 만난 사진을 확보했다. 합수본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밀접한 친분이 있던 이 회장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난 걸 계기로 신천지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이 본격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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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간 식당서 만난 윤석열-이희자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 전 핵심 간부인 A씨는 최근 합수본에 윤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이 2022년 1월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촬영한 사진을 제출했다. 사진이 찍힌 장소는 이 회장이 근우회 모임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주로 방문하는 곳이다. 합수본은 A씨의 노트북도 제출받아 신천지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2022년 당시 신천지 핵심 간부 간 텔레그램 대화에선 해당 사진과 함께 “(이 회장이) 오늘 잘 만났다고 한다. 회장님이 하나 돼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대화가 이뤄졌다. 이 회장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은 이만희 총회장에게도 직접 보고가 됐다는 게 최근 합수본 조사를 받은 신천지 전 간부 A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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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 있는 자리, 우연한 만남” 해명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당시 서울 마포구에서 윤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성중 당시 서울시당위원장 등이 참석한 국민의힘 시당 행사가 있었다”며 “행사가 끝나고 조용한 장소를 찾던 윤 전 대통령 일행과 이 회장이 우연히 마주쳐서 다 같이 찍은 사진을 편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례적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정도의 대화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특별한 얘기는 없었던 거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해 최근 합수본 조사를 받은 전직 신천지 간부들은 “이 회장이 신천지와 국민의힘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2019년쯤 이 회장이 신천지에 포섭됐고, 이후부터 신천지는 근우회 행사에 인력을 지원하고 이 회장은 신천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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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우회장, 정치권 연결고리 지목
실제 신천지 2인자로 불린 고동안 총회 총무는 다른 신천지 간부와의 통화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이희자 회장을 통해 윤석열 라인도 잡고 가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다. 2021년 5월엔 “이 회장이 선생님(이만희 총회장)한테 (전직)대통령들하고 사진 찍은 걸 보여드리고 왔다”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총회장이 구속된 2020년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 선생님(이만희 총회장)의 병보석을 이룰 수 있도록 목숨을 걸겠다”고 자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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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이후 당원 가입 본격화…청탁 규명 초점
이 회장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인 2022년 1월 28일 고 전 총무는 총회 외교정책본부장으로 임명된다. 외교정책부는 신천지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등 외부 활동을 총괄한 조직이다. 2021년 신천지 일부 신도를 대상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던 당원 가입은 이때부터 별도 조직을 구성해 본격화했다.
합수본은 이 회장과 윤 전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신천지 당원 가입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졌는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합수본은 지난주 신천지를 탈퇴한 주요 간부를 대거 불러 신천지 조직 구성과 집단 당원 가입 정황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합수본은 구체적인 당원 가입 규모를 확인하고, 당원 가입을 대가로 신천지 측이 윤 전 대통령 측에 구체적 현안을 청탁했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