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이 유독 비싸다고 거듭 지적한 생리대 가격과 관련해 정부가 '무상 생리대' 도입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22일 내부 회의를 열고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 20일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잇달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생리대를) 위탁 생산해서 일정 대상에게 무상 공급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생리대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는 2021년 100.49에서 지난해 119.31로 3년 만에 18.7%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3.8%)보다 높은 수준이다.
━
李 대통령 "무상공급 검토"…성평등부, 고심 중
관건은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다. 현재 성평등부는 9~24세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바우처 형식으로 연 16만8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 대상을 전체 여성 청소년 등으로 확대할지, 이 대통령 지시대로 생리대를 정부가 위탁 생산해 무상으로 공급할지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사각지대 해소"라며 "현물 제공, 바우처(이용권) 지원, 위탁 생산 등 여러 방안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 생리대 가격 논란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한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확산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바우처 지급이나 공공기관 내 무료 자판기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벌여왔다. 2024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 생리대 '보편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는 전국 36곳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가 보편 지원을 확대하는 데에는 예산 부담이 과제로 꼽힌다. 경기도는 현재 광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11~18세 여성 청소년에게 연 1회 생리용품 구매비 16만8000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2021년 시작됐다.
도비 70%, 시·군비 30% 분담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는 올해 총예산 273억원이 투입된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7곳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공공 기관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 여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 중"이라며 "인구 규모를 고려했을 때 경기도 사업에 참여한다면 재정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보편 지원 정책이 경쟁적으로 확대된 상황"이라며 "보편 지원은 재원 부담이 큰 만큼 단계적 도입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생리대 가격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7년에는 "생리대를 수도·전기처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한국의 생리대가 해외보다 39~40%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수치는 2023년 한 시민단체 보고서의 결론으로, 정부의 공식 조사가 아니다. 이 보고서는 가격 비교 과정에서 국내 생리대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를 기준에 포함했지만, 국외 생리대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판매가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39% 비싸다'는 결과는 생리대 전체 종류별 평균 가격 차이를 종합한 것으로, 오버나이트(특대형)나 팬티형 등 국내 제품 가격이 특히 높은 특정 유형의 영향이 컸다.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형 생리대는 국내 제품 가격이 국외 제품보다 낱개 당 3.37%(11.65원) 비싼 수준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품질 차이 등으로 인해 한국 생리대가 일률적으로 비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제조·유통 과정에서 가격 거품이 있는지 등을 관계 부처가 면밀히 살펴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