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근석 교수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허투 음성은 표적치료 불가’ 공식 깨 저발현·초저발현 환자까지 치료 가능 탈모·구토 등 이상 반응 따른 고통 줄여
신약의 등장으로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허투(HER2) 표적치료제다. 허투는 암세포의 성장·분열을 촉진하는 단백질 수용체로, 유방암 분류와 치료 전략을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다. 그동안에는 허투 유전자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양성’, 적거나 없으면 ‘음성’으로 구분해 치료 전략을 짰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의 경우 허투 발현도가 높은 양성 환자만이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나 허투 발현 수준이 낮아도 효과를 내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허투 음성=표적치료 불가’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그에 더해 환자를 허투 양성과 음성으로 나누던 이분법적 분류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허투 양성·저발현·초(超)저발현·음성 등으로 보다 세분화됐다.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이근석 교수와 신약으로 달라진 유방암 치료 환경을 짚어봤다.
Q : 유방암은 보통 어떻게 분류하나.
A : “허투와 호르몬 수용체 발현 여부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허투가 일정 수준 이상 발현된 ‘허투 양성 유방암’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이 발현된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허투와 호르몬 수용체 모두 나타난 ‘삼중 양성 유방암’ ▶둘 다 발현되지 않은 ‘삼중 음성 유방암’이다. 이 가운데 허투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Q : 이를 개선할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는데.
A :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다. 엔허투는 기존 약제보다 치료 성과가 뛰어나고 적용 범위도 넓다. 허투 양성뿐 아니라 음성에 속해 치료 혜택을 보지 못했던 저발현·초저발현 환자에게서도 효과를 보인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50%가 허투 저발현에 속하고 초저발현 환자도 10~15%에 이른다. 허투 양성 환자까지 포함하면 유방암 환자 10명 중 8~9명이 엔허투 덕에 표적치료가 가능해진 셈이다.”
Q : 특히 도움되는 환자군이 있다면.
A :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허투 수용체가 발현된 환자들이다. 현재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호르몬 치료와 CDK 4/6 억제제가 표준치료로 사용된다. 문제는 내성 발생 이후다. 이때는 세포독성항암제 같은 항암 화학치료로 넘어가야 하는데 탈모·구토 등의 이상 반응으로 환자의 고통이 만만치 않다. 엔허투는 이 항암 화학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부담이 적어 환자들이 견딜 수 있고 무진행 생존 기간(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도 길다.”
이는 연구결과로도 입증됐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허투 저발현 혹은 초저발현인 환자 86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2024)가 대표적이다. 대상자들은 호르몬 치료는 진행하되 항암 화학치료는 받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엔허투군과 의료진이 선택한 표준 항암 화학치료군을 무작위 배정해 무진행 생존 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엔허투군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약 13개월로, 의료진이 선택한 항암 화학치료군 대비 1.6배가량 길었다. 또 몸에 있는 종양이 30% 이상 줄어드는 환자 비율(57.3%)도 기존 세포독성항암제 대비 2배가량 많았다.
Q : 최근에는 치료 범위가 더 확대됐다는데.
A : “기존에는 항암 화학치료를 진행한 적 있는 허투 저발현 환자까지만 엔허투 사용이 가능했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으로 항암 화학치료를 진행하지 않은 허투 저발현 혹은 초저발현 환자까지 엔허투 사용이 확대됐다.”
Q : 치료 환경의 변화로 재판독의 중요성도 커졌다.
A : “기존에 허투 음성으로 분류됐던 환자 중 저발현·초저발현 환자도 표적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데다 허투 발현 정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재판독이 중요하다. 재판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거에 검사했던 조직을 다시 확인하는 방법과 조직을 새로 채취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특히 암이 악화한 경우에는 조직 검사를 새로 시행해 암세포의 특성을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Q :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A : “조직 검사는 바늘을 이용해 병변에서 조직을 직접 채취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병변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크기가 작으면 검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기존에 확보된 검체를 재판독하게 되는데,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적잖은 제약이 따른다. 병리 판독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 행위의 대가로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금액)가 낮고 재판독에 대한 수가는 별도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그 결과 기존 조직에 대한 재판독을 병리과에 사실상 무상으로 의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재판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려면 이에 상응하는 수가 보전이 필요하다.”
Q : 이외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A :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이다. 현재 허투 저발현이나 초저발현 유방암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최근 유방암 환자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가 많다. 이들이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 더 나은 치료 효과를 얻고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인 관점에서 보험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