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공론화를 이유로 중단했던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계획대로 건설하기로 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등에 떠밀리듯 원전 건설을 최종 결정했지만, 공론화를 빌미로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2기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력분야의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ㆍ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GW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 도입하고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ㆍ0.7GW)를 만든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신규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며,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쳐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다시 결정 짓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토론회에서 “한국은 반도체 등 중요한 산업을 많이 갖고 있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마음 같아선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렇게 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도 원전 찬성 여론이 높았다. 정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을 통해 지난 1월12일~16일 국민 3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여론이 69.6%(한국 갤럽)까지 나왔다.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9.5%(갤럽)까지 집계됐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하며 한국수력원자력도 부지공모 등 관련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약 5~6개월 간의 부지평가ㆍ선정 과정 등을 거친 후 2030년 대 초 건설허가를 획득해 2037ㆍ2038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앞서 한수원은 업무보고 때 “정부 정책 방향과 정책토론회ㆍ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등 신규 원전 총 3기에 대한 건설 부지 확보를 적기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확정했지만, 공론화 절차를 이유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차 전기본상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은 13년 11개월 수준이다. 지금 당장 부지가 선정되더라도 2037년 준공을 목표로 하기엔 이미 빠듯한 수준이다. 당초 한수원은 지난해 2월 이후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가 연말 쯤 최종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기본에 AI와 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발전비중 등을 담을 계획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3일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2040년 이후 전력 수급 공백을 막으려면 현재 준비 중인 12차 전기본에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