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천재 시인’ 이상(李箱.1910~1937)이 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36년 4월에 나온 어린이 잡지 『가톨릭 소년(少年)』 제1권 제2호(1936년 5월호. 만주국 간도 용정 천주당 가톨릭소년사 발행)에 자신의 본명인 김해경(金海卿)으로 표지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는 최근 발간된 『근대서지』 32호(2025 하반기호. 민속원 제작) 표지에 『가톨릭 소년』을 내세워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가톨릭 소년』은 가톨릭 연길교구(延吉敎區)가 포교의 일환인 ‘소년운동’을 위해 1936년 3월에 창간한 잡지다. 일제강점기에 『가톨릭 청년』, 『경향잡지』와 더불어 가톨릭계의 3대 잡지 중 하나였다.
『가톨릭 소년』은 원래 연길교구가 등사판 『탈시시오회보』로 발간하던 것을 본격적인 소년, 소녀 잡지로 이름을 바꾸고 격상시킨 것이다. 『가톨릭 청년』 41호(1936년 10월호)에 실린 황성준의 ‘소년운동 일별(一瞥)’이라는 글에 따르면, “팔백만 조선 소년 소녀 전체의 문화향상을 위하여 월간 소년 잡지로, 만여 명의 독자를 획득한 가장 권위있는 잡지로 출판하게 되어 연길에 대인쇄소까지 부설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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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표지그림을 그린 『가톨릭 소년』 제2호의 간기를 살펴보면, 발행인 배광피(裵光被)와 편집인 백화동(白化東)은 독일인 신부이고, 인쇄소는 주식회사 창문사(彰文社)로 돼 있다.
『근대서지』는 이미 16호(2017년 12월 발행)에서 이상이 잡지 『중성(衆聲)』3호(1929년 6월 1일 발행)에 표지그림을 그린 일을 알린 바 있다.
근대서지학회 오영식 회장은 『근대서지』 32호 발간사에서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가톨릭 소년』은 만주 간도성 용정(龍井)시 천주당에서 독일인 신부들의 명의로 발행된 천주교 아동잡지이다. 1-2호는 1936년 4월 1일에 발행되었는데, 인쇄를 주식회사 창문사(彰文社)에서 한 것으로 보아 구본웅이 이상에게 표지를 부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창문사는 화가 구본웅의 선친(구자혁)이 운영하던 인쇄, 출판사로 구본웅은 1936년부터 이 출판사에서 일했다. 이상이 『가톨릭 소년』 표지를 그린 것도 바로 절친 구본웅의 권유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이상은 『가톨릭 청년』에도 ‘꽃나무’, ‘이런 詩’(1933. 7), ‘거울’(1933. 10), ‘正式’(1935. 4), ‘易斷’(1936. 2) 등 여러 편의 시를 발표했다. 이상이 가톨릭 계열 잡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구본웅 뿐만 아니라 같은 ‘구인회(九人會)’ 멤버였던 시인 정지용이 『가톨릭 청년』 편집진으로 활동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근대서지학회는 그동안 2010년에 창간한 『근대서지』를 통해 중요한 근대자료를 발굴해 꾸준히 영인, 소개를 해왔다. ‘자료 발굴, 보존, 해석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잡지’를 표방해온 『근대서지』는 이번호에서도 ‘권말영인(卷末影印)’난에 『少年運動』, 『파랑새』, 『별나라』, 『학생동무』, 『一麥동요집』 같은 잡지와 동요집을 영인, 연구자들이나 학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근대서지』의 미덕인 ‘자료의 공유’에 철저하기 위해서라도 자료 영인에 더욱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