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렌터카 시장 1ㆍ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 결합을 불허했다. SK렌터카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어피니티)가 롯데렌탈까지 손에 넣을 경우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를 지난 2024년 8월 인수했고, 지난해 3월에는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1조80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의 실질은 롯데렌탈, SK렌터카가 모두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며 “국내 렌터카 시장의 가격 인상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렌터카 시장을 단기(1년 미만)와 장기(1년 이상)로 나눠 심사한 결과, 두 시장 모두에서 경쟁 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내륙 29.3%, 제주 21.3%로 30%에 못 미치지만, 3위 사업자 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하고 영세 업체 비중이 높아 결합의 파급력이 크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압도적 대기업 1개사 대(對) 다수의 영세 중소기업’으로 시장이 재편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38.3%에 달한다. 현대캐피탈 등 캐피털사가 경쟁자로 존재하지만, 금산 분리(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금지) 규제로 인해 렌터카 물량을 리스 차량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경쟁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단기ㆍ장기 렌터카 시장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존재해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통상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가 있더라도 요금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해 왔다. 어피니티 역시 단기 렌터카 요금을 일정 기간 물가상승률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국장은 “행태적 조치는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렌터카 시장은 단기간 내 유효한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허 결정에 MBK 사태 등으로 인한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불편한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 측은 이날 “사모펀드가 밀접한 경쟁 관계인 1ㆍ2위 사업자를 연달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고가 매각을 위해 시장을 왜곡할 우려에 엄정 조치해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국장은 관련 질문을 받은 후 “경쟁 제한 효과 판단은 중립적이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어피티니는 이날 각각 설명자료를 통해 “심사 결과 취지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과 어피니티 측은 향후 협의를 통해 시장 지배력 강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의 추가 제안 가능성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롯데렌터카 지분 매각 지연이 그룹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기 및 중장기 유동성 대응에 충분한 재무적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