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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손 내밀고, 英 총리 방중…美 '돈로주의'에 중국 힘 받는다

중앙일보

2026.01.25 22:46 2026.01.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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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트럼프의 ‘발작(tantrums)’이 미국의 동맹을 중국으로 떠밀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사 제목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십 년 동맹도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 미국의 새로운 고립주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외교 공간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이 연초부터 그동안 거리를 둔 중국에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뒤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양국은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합의의 골자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 수출 빗장을 일부 열어주고, 그 대가로 농산물 수출길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양국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지난 2018년 캐나다가 미국 요청에 따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밴쿠버에서 체포하며 시작한 ‘냉각기’가 무색했다.

로이터는 “캐나다와 중국 간의 화해가 미·중 관계의 정치적·경제적 맥락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SNS에 “만약 캐나다가 중국과 거래를 체결한다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산 상품과 제품에 대해 즉시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전통 우방인 영국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이후 8년 만이다. 스타머 총리는 재무부·산업부 장관뿐 아니라 HSBC(금융), 재규어랜드로버(자동차), 아스트라제네카(바이오) 등 기업인과 동행해 대규모 경제 협력을 추진한다.

영국은 최근에도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안보 논란에도 런던에 대규모 중국 대사관을 짓는 계획을 승인했다. 백악관이 “적대 세력(중국)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핵심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반발했지만 허가했다.

이밖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핀란드 총리도 최근 2017년 이후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이달 초에는 아일랜드 총리가 14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다음 달 중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서방 국가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중국을 상대로 높인 무역 장벽을 허물기 위해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에 나서고 있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 경제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 전선’의 결속을 느슨하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가디언은 다만 이런 흐름이 서방의 ‘친중(親中)’ 기조로 완벽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유럽 국가 전반의) 중국에 대한 냉랭한 기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관계 전환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서방국이 여전히 중국의 안보 위협과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만큼, 최근 외교 행보는 중국과 제한적인 수준에서 협력하는 ‘현실주의’ 전략이라는 뜻이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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