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점유율 20%대를 회복하며 다시 호황기에 들어선 국내 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성과급 딜레마’에 빠졌다. 그동안엔 업황이 좋지 않아 성과급도 큰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마스가(MASGA)’를 필두로 한·미 조선협력이 본격화하고 수주 사이클이 회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은 2025년 사업 결산을 마무리하며 성과급 지급 규모와 지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액은 6조209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5% 상승했다.
매년 12월 성과급을 지급해왔던 HD현대는 해를 넘겨 지급 시기를 오는 2월로 미뤘다.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정확하게 반영해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조선업계는 ‘원·하청 동일 성과급’ 주장이 나오며 성과급 지급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사업결산 뒤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할 예정이다. OPI는 연초 목표 대비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한다.
최근 하청 직원 성과급이 문제가 된 건 조선업의 노동구조가 다른 산업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용접·배관·조립·의장 등 여러 공정에서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업황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에, 정규직을 무작정 늘릴 수만도 없다. 이 때문에 분야별로 사내협력사를 광범위하게 활용해왔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조선업의 소속 외 노동자(하청) 비중은 63%(7만1000여명)로, 전체 산업 평균(16.3%)의 약 3.8배에 달한다. 고용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조선사 소속 직원과 하청회사 직원 간 임금 격차 해소는 오래된 과제였다.
조선업계는 통상 연간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성과급 총액을 협력사에 지급하고, 개별 협력사가 직원들의 성과와 근속 기간 등 자체 기준에 따라 배분해왔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원·하청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해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하청직원들의 연말 성과급 액수는 정규직 평균보다 11.39~47.5% 낮았다. 한 예로 한화오션의 경우 직원들은 2024년 기본급의 15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75%만 받았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지난해 7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성과급·학자금 지급 등에 대한 원청회사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한화오션이 원·하청에 ‘동일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파장은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이를 거론하며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등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 원·하청 동일 비율 지급을 전체 조선소로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조)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 다른 회사들도 속내가 더 복잡해졌다. 지금까지는 연봉 책정, 성과급 지급 등이 하청업체 내부의 고유업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인정해, 원청이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을 경우 원청은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협력업체의 연봉체계가 다른데,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선 그들의 연봉체계까지 알아야 한다”며 “협력업체 고유의 경영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실질적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이 협력사 성과급을 보장한 만큼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상호 협력적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이 사실상 협력사 성과급을 보장한 만큼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상호 협력적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