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천스닥’ 고지에 올랐다. 26일 코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0.48포인트(7.09%) 치솟으며 1064.41에 마감했다. 코스닥이 1060선을 돌파한 것은 ‘닷컴 버블’이 있었던 200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1000선을 넘어선 것도 2022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코스닥은 장 초반부터 1000선을 밟으며 매수세가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9분 코스닥 시장에 대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매수 사이드카는 선물ㆍ현물 지수가 급변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멈춰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날 발동 시점 기준 코스닥150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29% 오른 1774.60, 현물인 코스닥150지수는 6.56% 상승한 1765.95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이 5분간 멈췄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25조20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2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6010억원, 443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 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서며 2조9074억 매도 우위였다. 알테오젠(4.77%)ㆍ에코프로비엠(19.91%)ㆍ에코프로(22.95%)ㆍ에이비엘바이오(21.72%)ㆍ레인보우로보틱스(25.97%) 등 바이오ㆍ이차전지ㆍ로봇 관련 대장주들이 일제히 급등하며 상승 폭을 키웠다.
미국의 나스닥을 모델로 한 코스닥시장은 중소·신성장 기업을 중심으로, 기대와 변동성이 동시에 반영되는 고위험·고수익 시장이다. 하지만 좀비기업과 부실기업이 퇴출당하지 않으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고 그동안 코스피에 비해 부진한 흐름이었다. 이에 정부는 상장 폐지 기준을 정비하고,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에 나서는 등 코스닥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실제 현 정부가 표방한 ‘코스피 5000’을 달성하고 나니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대통령 보고가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로 와 닿았다”며 “코스피에서 돈을 벌어 코스닥으로 번지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향후 핵심 과제로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일부 위원은 ‘코스닥 3000’ 달성을 다음 목표로 제안했다. 조직 명칭을 ‘자본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코스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가면서 코스닥을 끌어올릴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유니콘 기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코스닥이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코스닥 상승 동력을 이어가려면, 성장 혁신 기업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혜택, 관련 펀드의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등과 함께 좀비기업에 대한 퇴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