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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장철회한 LS…“공정 경제” vs “과도한 개입” 경제계 술렁

중앙일보

2026.01.26 00:46 2026.0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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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S용산타워 전경. 사진 ㈜LS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던 LS그룹이 26일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LS그룹은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우려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와 상장 대신 새로운 투자방안에 대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LS그룹은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설비 투자를 위해 약 5000억원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북미 전력망 교체 수요를 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LS그룹이 인수한 에식스솔루션즈는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권선) 생산 업체로, 북미·유럽 내 전기차·변압용 특수 권선 시장에서 2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LS그룹의 지주사인 ㈜LS는 자회사 LS I&D, 손자회사 슈페리어 에식스를 통해 에식스솔루션즈를 지배하고 있다.



중복상장 저격한 대통령

LS그룹이 상장을 포기한 배경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가진 오찬에서 “보도에 따르면 ‘L자 들어간 주식은 안산다’고 한다. 이런 중복 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며 LS그룹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의 알짜 자회사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확보하려던 기업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20년 HD현대의 로봇 사업부문이 물적 분할하면서 탄생한 HD현대로보틱스(HD현대 지분 81.8%)는 최근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SK㈜ 지분 63.2%)는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올해 7월까지 상장하겠다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자본시장에 목소리 내는 李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진짜 성장론’을 앞세워 대기업의 반칙 행위를 막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시세 조종을 근절하는 등 ‘공정한 경제 구조’를 실현해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임 후에는 경제 현안과 기업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한 달 여 만인 지난해 7월, 생중계 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와 SPC를 거론하며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 ‘죽어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을 겨냥해 “이번에 ‘무슨 팡인가’인가 그런데가 규정을 어긴다. 처벌이 두렵지 않은 것”이라며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압박도 거세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해외 방산 투자 등을 목적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증자 당위성, 주주 소통 절차 등이 미흡하다며 재차 정정 신고를 요구하자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9월엔 이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식료품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자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현재 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제당업계 고위급 임원은 구속기소됐고 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 제분업계 임원들도 수사를 받고 있다.



공감 속 우려하는 기업들

재계는 정부의 입김이 커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무게가 큰 만큼 기업들은 이를 의식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과 기업 활동은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 투자와 의사결정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정치 변수의 영향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복합적 판단이 요구되는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단순한 선악구도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책임은 강화되는데, 경영 판단 위축을 보완할 안전장치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시장 질서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자본시장 구조를 만들고, 시장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시장 내부에서 개선 요구가 이어져 온 사안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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