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둘러싼 민주당 안팎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뇌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합당 제안에 관여했는지 여부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CBS 라디오에서 “자꾸 대통령을 언급하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확인해보니 대통령과 전혀 사전에 논의된 바가 없다. 이걸 계속 와전시키고 거짓 얘기를 퍼뜨리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청(반정청래) 최고위원 3인(이언주·강득구·황명선)을 중심으로 정 대표의 합당 방식에 대한 지도부 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인은 지난 23일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방식으로는 절대로 원팀이 될 수 없다”고 기자회견했다.
친명(친이재명)계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상당수가 이 대통령 교감설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친명계 의원은 “정 대표는 권리당원·대의원 1인1표제를 추진할 때도 대통령을 언급했다. 어려울 때마다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자기밖에 모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중립 지대 재선 의원도 “청와대와 상의했다고 하는데 전달이지 상의가 아니잖나. 왜 당무의 한가운데로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나”며 “사실도 아니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2일 합당 발표 이후 주변에 수차례 ‘합당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뜻이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26일에도 “당 대표가 왜 청와대와 소통을 안 했겠나. 청와대와는 늘 소통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청와대 교감설이 친청·반청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예방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와 최고위원, 당 중진 의원 등이 잘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당 입장이 정리되길 기대한다”며 “(합당은) 당무 사항이라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서 논의가 정리될 사항”이라고 했다.
민주당 밖에서는 합당 주도권을 둘러싼 조국혁신당과의 사전 기싸움이 팽팽하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서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의 흡수 합당론으로 해석되고 있다”고도 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 제·개정 계획을 밝히면서 ‘혁신당 DNA’를 강조했다. 혁신당은 이날 3시간에 걸친 당무위 회의 끝에 당원 총의에 따라 합당 여부를 판단하고, 협의에 대한 전권을 조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혁신당은 이날 민주당의 공천 헌금 의혹을 겨냥한 ‘돈 공천 방지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과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공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조항(공직선거법 47조)을 어긴 경우, 소속 정당이 지급받은 보조금의 5%를 중앙선관위에 반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까칠한 혁신당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득구 최고위원이 “흡수통합을 공식 언급한 적도 없고, 통합 논의를 위해 당명까지 바꿔야 할 이유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날 페이스북에 썼다. 이건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지역구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혁신당과의 합당 시 유리한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