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차관이 26일 “한국의 재래식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은 합리적이고 냉철한(hard-headed)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의 방한 메시지는 대중 견제 맥락에서 동맹국의 안보 분담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중 견제 동참이 아니라 자주 국방 관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차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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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 군사력 필요"
콜비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진행한 정책강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태세를 설명하며 동맹의 “공동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약 20분간 진행된 강연에서 “중국(China, Beijing)”을 9차례 언급했다. “중국과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품위 있는 평화를 추구한다”거나 “오판과 오해의 위험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중국과 존중하는 소통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다.
이와 동시에 “중국과의 이런 상호작용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거부를 통한 억제력’과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근 공개된 미 국방전략서(NDS)를 들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제1도련선을 따라 (중국의)접근을 차단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방 전략가로도 꼽히는 콜비 차관은 미 행정부 안에서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다. 콜비 차관이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고른 것도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안정은 희망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책임을 불공평하게 분담해서도 안 된다”면서 “미국의 역량과 의지뿐 아니라 동맹국의 의지와 군사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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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李 국방비 증액 결정, 미국에도 이익"
이런 맥락 하에 그는 한국이 “모범적인 동맹”이라며 최근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비를 국내 총생산(GDP)의 3.5%까지 증액고, 재래식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겠다고 공약한 점을 들었다. 콜비 차관은 “이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 모두가 직면한 안보 환경을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의 역사적 동맹을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반영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동시에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의 결정은 동맹국들이 국방비 증액을 통해 북한 등 지역 내 안보 위협에 자체적으로 대응하라는 미국의 전략과 일치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시에 ‘한국은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기로 했다’는 NDS 내용이 이 대통령의 결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의 순방 동선을 고려할 때 한국을 먼저 들른 뒤 일본의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겠다는 모양새로 볼 여지도 있다.
마찬가지로 “세계가 진화하고 있기에 한·미 동맹이 적응해 가는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군사적 굴기에 맞춰 한국뿐 아니라 역내 모든 동맹에 있어 ‘현대화’가 필수적이란 미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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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미국은 대중 견제용 vs 선 긋는 한국
이처럼 미국은 동맹국의 안보 분담을 대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증강이란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전작권 전환 문제를 대중 견제 전략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콜비 차관의 순방 직전 공개된 NDS는 “미 본토 방어와 대중 견제”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꼽으면서 동맹국들에게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도 “조정(updating)”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콜비 차관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필리핀·한반도 등지에 회복 가능하고 분산된 군사 태세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주한미군도 대중 견제를 위해 가동해야 할 하위 요소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향후 주한미군의 구조 또는 임무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한국 정부는 ‘동맹의 현대화’를 자주 국방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주한미군은 대북 방어용이란 점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 한·미 간 해석의 차이가 뚜렷한 셈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북한 GDP의 1.4배나 국방비를 지출하며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답변에서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 확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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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조현·안규백 연쇄 면담…원잠 추진 논의
한편 콜비 차관은 이날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과 조찬 회의를 한 데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면담했다. 이어 안 장관과의 만찬도 예정돼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 장관과 콜비 차관은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한·미 협력이 “한국군 주도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 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전시키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도 설명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