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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5000달러 돌파.…안전자산 넘어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

중앙일보

2026.01.26 01:47 2026.01.26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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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 달러를 넘은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약 721만원)선을 돌파했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투자자들이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를 넘어 미국 국채와 달러 투자 비중을 줄이고 금으로 이동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5000달러 선을 뚫고 5107.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4341.1달러)대비 약 18% 상승했다. 1년 전(온스당 2738달러)과 비교하면 87% 솟구치며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금값이 오르자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에는 투기 수요가 가세해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말 온스당 70.6달러였던 은값(선물)은 현재(26일) 장중 온스당 109.32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새해 들어 한 달도 안돼 55% 뛴 셈이다.

귀금속 가격이 질주하는 배경에는 ‘투자자의 공포’가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초부터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 그린란드 합병 언급, 캐나다 관세 위협 등을 꺼내며 지정학적 위험을 고조시켰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선진국의 평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 10년 전(2.6%)보다 크게 확대됐다.

블룸버그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국가 채무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이런 투자 전략을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수석전략가는 26일 블룸버그를 통해 “지난 3년간 투자자들은 선진국 정부의 부채 경로에 대해 우려를 키워왔다”며 “특히 초고액 자산가는 단기 수익이 아닌, 세대를 넘어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금괴(골드바)를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금 매입을 늘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2년 이전에 월평균 17t의 금을 매입했던 중앙은행은 최근 월평균 60t으로 늘렸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약 10% 높였다. UBS도 보고서에서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엔화 강세에 따른 미국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금값을 끌어올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6일 새벽 4시(현지시간) 기준 97.14로 연초(98.32)보다 1.2%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동시 개입 가능성에 160엔에 육박했던 미국 달러당 엔화값이 153엔까지 오르면서다.


원화값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최근 원화는 엔화와 높은 동조화 경향을 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주간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25.2원 상승한(환율 하락)1440.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높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당분간 원화 하락세도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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