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역시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스타다. 차준환(24, 서울시청)이 일장기로만 가득할 뻔했던 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렸다.
차준환은 25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97.46점, 예술점수 87.27점을 합쳐 184.73점을 받았다. 여기에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88.89점을 더해 총점 273.62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승까지는 단 0.11점이 모자랐다. 차준환은 1위에 오른 일본의 마우라 가오(273.73점)에 정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2024년 동메달, 2025년 은메달에 이어 3년 연속 포디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쇼트프로그램 성적을 고려하면 놀라운 뒤집기다. 차준환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와 트리플 악셀 쿼터랜딩 등으로 전체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사진]OSEN DB.
이날 차준환은 지난 시즌 사용했던 주제곡 '광인을 위한 발라드'에 맞춰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었다. 그는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를 시작으로 점프 7개를 모두 깔끔하게 처리하며 수행점수(COE) 가산점을 챙겼다.
스핀에서도 완성도가 돋보였다. 차준환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 난도 레벨 4로 수행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금메달은 미우라에게 내줬지만, 박수받아 마땅한 차준환의 연기였다. 자연스레 내달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대감도 높아졌다. 미우라 역시 일본 대표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가운데 차준환과 다시 한번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ISU는 "마우라가 아슬아슬한 승리로 4대륙 선수권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차준환의 강력한 추격을 뿌리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라며 "차준환은 시즌 초반 부츠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시즌 선보였던 표현력 넘치는 탱고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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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준환이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일본의 이번 대회 남·녀 싱글 메달 싹쓸이가 무산됐다. 일본 피겨는 먼저 끝난 여자 싱글에서 아오키 유나와 나카이 아미, 치바 모네가 나란히 1, 2, 3위에 오르며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남자 싱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뻔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미우라와 도모노 가즈키, 야마모토 소타가 1, 2, 3위를 차지하며 포디움 점령을 예고했다. 사상 최초로 한 국가가 남·녀 싱글 메달 6개를 모두 가져가는 새 역사가 쓰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차준환이 막아냈다. 그는 야마모토와 도모노를 밀어내며 한국 피겨의 자존심을 지켰다. 야마모토는 총점 270.07점으로 3위를 기록하며 시니어 레벨에서 처음으로 ISU 선수권 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고, 도모노는 268.60점을 기록하며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경기 후 차준환은 "오늘 내 여기에 매우 만족한다. 사실 이곳에서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번에는 탈 수 없었다"라며 "3개월 동안 컨디션이 매우 불안정했다. 전국 선수권 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겨우 2주 정도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다. 어제와 오늘 실수도 있었지만,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훈련하고, 대회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