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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진 세계 1위 올림픽은 ‘복수극’

중앙일보

2026.01.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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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동계올림픽 D-10

올림픽에 3번째 출전하는 김민선.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와 1000m에서 시상대를 꿈꾼다. [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와 1000m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김민선(27)은 얼마 전 자비를 들여 목걸이 하나를 맞췄다. 은빛이 은은하게 도는, 올림픽 대표 상징인 ‘오륜기 펜던트’ 목걸이다. 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다지고 싶어 선배 박지우(28)와 함께 맞췄단다.

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공교롭게도 목걸이를 제작한 국내 세공사가 이번 대회 개최지인 밀라노에서 기술을 배운 전문가였다. 잘 때도, 씻을 때도 목걸이를 빼지 않는다는 김민선이 통산 세 번째 올림픽 무대로 향한다. 최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김민선은 “나태한 마음이 들 때마다 목걸이의 오륜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을 철저히 준비했다. 그동안 내가 잘 준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민선은 ‘빙속 여제’ 이상화(38)의 은퇴 이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지킨 차세대 에이스다. 2022-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 랭킹 1위, 1000m 랭킹 4위를 차지하면서 밀라노행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금세 시련이 찾아왔다. 다음 시즌 들어 스케이트화 교체를 검토하다가 부침을 겪었다.

세계적인 추세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최근 정상급 선수들은 날이 긴 스케이트화를 선호한다. 1㎝ 안팎의 작은 차이지만, 얼음을 밀어내는 힘이 좋아 수십 바퀴를 도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선 큰 격차를 낼 수도 있다. 선택의 순간, 김민선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훈련법을 바꾸고, 장비까지 교체한 김민선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늘 새로운 도전을 택하더라. 나 역시 기량이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물론 도전이 곧장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새 장비를 착용한 뒤로 계속 부진했다. 그러는 사이 올림픽은 다가왔고, 일단은 기존 스케이트화로 밀라노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행착오 끝에 예전 스케이트화로 복귀하는 결정도 쉽지 않았다.

김민선이 주춤하는 동안 강력한 경쟁자도 나타났다. 후배 이나현(21).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00m(올림픽에선 제외 종목) 금메달을 비롯해 500m 은메달을 따내며 김민선의 자리를 위협했다. 지난달 열린 대한빙상경기연맹(KSU) 제52회 스프린트선수권에선 500m와 1000m에서 김민선을 연달아 제치고 우승했다.

김민선은 “(이)나현이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원체 기본기가 좋았는데 경험까지 붙었다”면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고 본다. 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발전을 위해서라도 나현이와 계속 경쟁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안팎으로 마음고생을 한 김민선은 다행히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올 시즌 2차 월드컵 3차 대회에서 7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4차 월드컵 2차 레이스에선 마침내 3위를 기록해 메달권으로 재진입했다.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 500m 7위를 기록한 뒤 눈물을 흘렸던 김민선은 “평창과 베이징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아쉬움도 컸지만, 힘이 되는 기억을 많이 얻었다”면서 “다행히 몸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올림픽 전까지 120%의 컨디션을 만들겠다. 또, 이번에는 시상대에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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