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커닝’이 확산하면서 일부 대학은 AI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의 대면시험 회귀를 택하지만 오히려 창의적 평가 시스템 도입이 급선무란 지적이 나왔다.
26일 이재욱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AI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AI의 답변을 비평하게 하는 등 창의적인 평가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과제나 시험 문제를 푸는 일이 일상이 된 만큼, 학습 성취도를 파악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집에서 완성하는 모든 과제는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구술시험이나 대면 시험으로 AI 커닝을 막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는 수강생이 많은 대규모 수업 등엔 적용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장기적으로는 AI를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일 방법을 찾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대가 지난 1일 제정해 발표한 ‘서울대학교 AI 가이드라인’도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다. 서울대는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부정행위 등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가 새로운 평가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등의 권고를 담았다.
이 원장은 AI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AI를 활용한 학습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 시선이 많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9월 대학생 726명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이 나의 문해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는 60.2%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현재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내는 교수와 답안을 작성하는 AI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는 건 맞다”고 하면서도 “AI 시대의 대학 교육은 ‘알려진 지식의 전달’보다는 ‘문제 정의와 해결 능력’을 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결국 인간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그는 “AI 답변의 오류를 찾아내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진정한 ‘학습’이 일어난다”며 “AI는 학교가 금지해야 할 대상이 아닌 학습과 교육 분야 파트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