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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근육맨 되자 돈도 번다" 돌쇠 공무원 은퇴 후 생긴 일

중앙일보

2026.01.26 12:00 2026.01.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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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아래 사진 속 주인공의 나이를 한 번 가늠해보세요.
 2023년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한 참가자의 모습. 페이스북 캡처

주인공은 1953년생 김동규씨입니다. 올해로 일흔 셋이죠. 사실 저 사진은 지난 2023년 경기도 생활체육축전 보디빌딩 대회에 참석했을 때 촬영한 것으로, 그의 나이 일흔 때 모습입니다.
2023년 경기도에서 열린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김동규씨의 모습. 김동규 제공
지난 9일 만난 김동규씨는 “사실 몸 상태는 이 사진보다 지금이 훨씬 낫습니다. 이때보다 가슴통도 팔도 훨씬 더 굵어졌어요”라고 하시더군요. 한겨울에도 반팔티 차림인 그의 상체는 한눈에 봐도 딱 벌어진 당당한 풍채였습니다.

그는 1980년 경제기획원 7급 공채로 입직해 2010년 57세 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퇴직한 전직 공무원입니다. 퇴직 당시 그의 몸 상태는 지금의 ‘수퍼맨’ 같은 모습과는 딴판이었습니다. 항상 지끈지끈한 두통에 시달렸고 목·어깨·무릎·허리·팔꿈치 등 만성 통증에 고통을 겪었습니다.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었죠.
경제기획원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으로 30년 일하다 퇴직한 김동규씨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은퇴 후 삶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시 그의 업무 강도를 보면 “그럴 만했다”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지난 2007년,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됐던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전 국민이 선교단의 생환을 위해 마음 졸이며, 탈레반과 우리 정부의 협상 과정을 지켜봤었죠. 김동규씨는 당시 문화관광부 종교담당관으로 이 피랍 사건의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 탈레반과의 협상 전 과정을 매일 보고서로 만들어서 문화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국정원·경찰청·총리실·외교부 등에 전달하는 게 제 업무였어요. 피 말리는 긴장감 속에 밤샘 근무가 45일째 이어지던 날, 하늘이 빙빙 도는가 싶더니만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
(※피랍 사건은 발생 48일 만에 종결됐다. 초기 사망한 2명을 제외한 21명이 무사 생환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이석증이었습니다. 새벽 4시, 어지럼증이 겨우 멈추자 김동규씨는 부리나케 집으로 가서 전날부터 이어진 협상 내용을 정리했고 두 시간 뒤인 오전 6시에 장관실 문을 노크해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가 쓰러졌단 소리를 듣고 “절대 안정을 취하고 푹 쉬라”고 신신당부 했던 김종민 당시 문화부 장관은 이튿날 새벽, 기어이 출근한 김동규씨를 보고 오히려 화를 냈답니다. 그렇게 성실하고 우직하게 일 처리를 하니 그의 별명은 ‘돌쇠 공무원’이었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며 온몸이 성한 데 없이 김동규씨는 퇴직 후에 어떻게 ‘돌덩이 같은 근육’의 수퍼맨으로 변신했을까요. 그는 “인생 2막에 선택한 직업이 나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말합니다.
전직 공무원인 김동규가 경기도 과천 노인복지관에서 기구를 활용해 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제 인생에 두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어요. 첫째, 국가공무원 시험을 보고 공직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둘째는 인생 2막에 이 직업으로 전환한 겁니다. 두 번째 직업이 주는 보람과 기쁨은 제가 경험한 어떤 일보다 큽니다. 저는 나이 100세가 넘어도 제 몸만 가눌 수 있다면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 은퇴를 앞둔 50~60대 후배들에게도 이 직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무엇보다 이 직업은 은퇴자에게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은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이 직업은 갈수록 수요가 많아질 게 뻔합니다. 인공지능(AI)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니 실직의 우려도 없고요. 다른 분야에선 강사도 65세 넘어가면 그게 찬밥이라는데, 이 분야에선 ‘또래 강사’를 원하니 나이 들수록 환영받습니다. 무엇보다 이 직업이 주는 뿌듯한 보람과 성취감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계속)
김동규씨가 극찬한 ‘인생 2막 최고의 직업’은 대체 뭘까요?
사실 그는 공직을 그만둔 뒤 뉴서울CC골프장 전무이사,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 천안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부영그룹 우정종합병원 건립본부장,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등을 거쳤습니다. 소위 ‘은퇴 후 꽃길’이라 불릴 법한, 여유롭고 명예가 보장된 상근직들이죠.

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런 꽃길을 좀더 길게 누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이 직업을 알게 된 뒤 곧바로 대한노인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합니다. 그때 나이가 66세였습니다. 이때부터 수많은 자격증을 따고, 관련 학사 학위도 받고 대학원 진학까지 했죠. 대체 얼마나 좋은 직업이기에 안정된 자리를 걷어차고 새로 공부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을까요.
김동규씨가 시니어들을 상대로 맨몸 운동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김동규 제공
그는 말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저는 늘 꽉 찬 행복감을 느낍니다. 제 몸도 지키고, 배우자와 부모님 건강도 챙기고, 또 주변에 선한 영향력도 끼치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는 김동규씨의 두 번째 직업.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아래 링크에서 모두 공개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402



박형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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