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26일 공개되자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 이같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사흘 전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2%였는데, 리얼미터 조사에선 39.5%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면 17.5%포인트가 뛴 결과였다.
이처럼 여론조사업체마다 들쭉날쭉한 정당 지지율을 두고 정치권에선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다. 어떤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다른 조사에선 박빙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으로 인해 차이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2~23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42.7%, 국민의힘은 39.5%였다. 오차범위(±3.1%포인트)를 고려하면 막상막하 결과였다. 국민의힘 지지율 39.5%는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고치다. 양당 격차가 3.2%포인트까지 좁혀진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지난 23일 발표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국민의힘은 22%에 그쳤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22%는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이보다 하루 일찍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역시 민주당은 40%였으나 국민의힘은 20%에 머물렀다. NBS 조사는 지난 19~21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이런 차이는 이례적이지 않다. 최근 3개월간 추이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리얼미터(43~48%)와 한국갤럽(40~45%)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리얼미터에선 34~40%였으나, 한국갤럽에선 22~26%였다. 격주마다 공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됐다. 같은 기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민주당은 40~46%였으나 국민의힘은 29~34%였다. 반면 NBS에선 민주당은 39~44%이었던 반면, 국민의힘은 20~23% 수준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의 이유를 ‘조사 방식’에서 찾고 있다. 한국갤럽과 NBS는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전화 면접 방식을, 리얼미터와 KSOI는 기계음이 응대를 하는 ARS 방식을 사용한다. 배철호 리얼미터 정치에디터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은 사람과 대화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반면, 정치적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싶은 고관여층은 기계음과 통화할 때 더 솔직하게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당층’과 ‘응답률’ 비율이다. 최근 3개월 결과를 보면 한국갤럽과 NBS에선 무당층 비율이 대부분 24~31%였고 제일 낮은 게 21%(한국갤럽 1월 2주차)였다. 응답률 또한 모두 10%를 넘겼다. 반면 같은 기간 KSOI에선 무당층 비율이 13~16.7%였고, 리얼미터에서는 7.3~11.5%로 더 낮았다. 응답률도 3~6%에 불과했다.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무당층 비율과 응답률이 함께 낮다는 건 그만큼 정치에 관심 없는 일반인이 조사에서 많이 배제됐다는 뜻”이라고 했다.
‘샤이 보수’ 또는 ‘앵그리 보수’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 성향 정치 고관여층이 전화 면접 조사에선 제대로 응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성향이면서도 현재 지도부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현 정부에 공포감이 있다면 굳이 사람(면접원)에게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이다. 지도부는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ARS 조사를 띄우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악재 속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초중반이라는 조사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지지율 30% 중후반을 기준으로 지방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반면 쇄신 성향 의원들은 팽배한 위기감을 토로한다. 재선 의원은 “ARS 조사는 강경 지지층 동향 파악엔 유용하지만 중도·무당층의 민심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전화 면접 조사 결과를 보며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ARS 조사에는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이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당 입장에선 중도층 민심 파악에 유용한 전화 면접 조사를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