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쇼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초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고율 관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갈라쇼에는 러트닉 장관을 비롯해 미 의회와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일부 인사들의 경우 공식적인 참석 확정이 이뤄지지 않아, 행사 직전까지 일정 조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을 포함해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오너 일가와 삼성전자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행사 참석을 위해 방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라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100% 관세를 부담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반도체를 포함한 전략 품목을 놓고 관세와 현지 투자를 연계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 회담이 아닌 문화 행사에서의 비공식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참석이 성사될 경우, 갈라쇼 전후 만찬이나 네트워킹 자리에서 반도체 관세와 미국 내 투자, 공급망 협력 등을 둘러싼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그동안 글로벌 현안 국면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공식 행사에서 접촉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비즈니스포럼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미국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주제로 만난 바 있다.
이번 갈라쇼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 북미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워싱턴 D.C.를 시작으로 3월 미국 시카고, 9월 영국 런던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최근 미 동부 지역의 폭설 등 기상 악화가 주요 인사들의 이동과 참석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