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통보하기 약 2주 전 “양국이 지난해 11월 체결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무역 분야 합의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디지털 규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면서, 사실상 무역·투자 합의 전반에 대한 사전 경고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명의의 서한이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전달됐다. 참조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는 온라인 플랫폼법 등 디지털 서비스 관련 규제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서한의 구체적인 내용 등 양국 정부 간 외교적으로 교신된 사항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3일 한미 정상 간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에도 명시돼 있다. 팩트시트에는 “한미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서한이 디지털 규제 차별 문제를 넘어, 한미 간 무역·투자 합의 전반의 이행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팩트시트는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 한국의 무역 합의(Deal)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난 2025년 7월 30일에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 합의’는 3500억 달러(약 205조원) 대미 투자 협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대미 투자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