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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값 80% 낮춘 피지컬 AI…전북대 '공장 혁신' 실험

중앙일보

2026.01.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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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피지컬 AI 실증랩’ 문 열어

지난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 창조2관 2층 ‘피지컬 AI(인공지능) 실증랩’. 육중한 로봇 팔이 매끄럽게 움직이며 자동차 핸들을 조립한다. 사람이 없어도 자율이동로봇(AMR)이 필요한 부품을 척척 실어 나른다. 제조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 기술을 사전에 검증하는 곳이다.

전북대 피지컬AI융합기술사업추진단은 이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증랩 개소식을 열고 ‘전북 AX(AI 전환) 사업 사전 검증 사업(PoC)’ 성과를 점검했다. 기존 로봇이 정해진 동작만 반복했다면, 피지컬 AI는 센서와 데이터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

지난 26일 열린 전북대 '피지컬 AI 실증랩' 개소식 및 '전북 AX(AI 전환) 사업 사전 검증 사업' 성과 현장 점검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피지컬 AI를 직접 작동해 보고 있다. 사진 전북대


생산량 11% 상승, 처리 시간은 10% 단축

전북대가 이날 시연한 PoC(Proof of Concept)는 시장에 없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실물을 만들어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피지컬 AI가 연구 단계를 넘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게 이번 사업의 성과”라고 했다.

전북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국비 219억원을 투입해 현대차·SK텔레콤·네이버클라우드·리벨리온·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한국과학기술원(KAIST)·성균관대·전북테크노파크·캠틱종합기술원 등 산·학·연·관 15개 기관과 손잡고 시범 사업을 수행했다. DH오토리드·동해금속·대승정밀 등 자동차 부품 기업 3개가 참여했다. 주요 공정에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한 결과 생산성·품질이 개선됐다. 3사 모두 생산량이 기존 대비 5.1%에서 11.4%까지 상승했고, 생산 처리 시간도 10% 안팎으로 단축됐다.

전북대에 따르면 DH오토리드는 스티어링 휠(운전대) 생산량이 7.4% 늘고, 제조 원가는 피지컬 AI 초기 도입 비용을 고려해도 80% 줄었다. 수동으로 하던 공정을 물류 AI와 로봇팔 등을 사용해 자동화하면서다. 전동 브레이크를 만드는 대승정밀은 생산량이 11% 증가한 반면 불량률은 19.4% 감소했다. 동해금속에선 절삭 가공 설비의 투입·배출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자 차체 용접의 품질이 향상됐다. 추진단장인 김순태 전북대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외산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로봇들이 서로 손발을 맞추는 ‘협업 지능’을 국산 기술로 표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26일 열린 전북대 '피지컬 AI 실증랩' 개소식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네 번째)과 양오봉 전북대 총장(왼쪽 다섯 번째),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왼쪽 여섯 번째), 우범기 전주시장(왼쪽 일곱 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전북대 전북대 '피지컬 AI 실증랩' 전체 개념도 및 구축 현황. 사진 전북대


배경훈 “전북대, 제조 혁신 거점”

사업 주관 기관인 전북대는 국비 51억5000만원을 들여 846㎡ 규모로 실증랩을 조성했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다양한 생산 시나리오를 시험할 수 있는 실증 인프라인 P존(생산구역)과 I존(혁신구역)을 갖췄다. P존(Production Zone)은 실제 공장 공정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소재 공급부터 가공·조립·검사까지 전 과정을 통합·구현해 ‘다품종 소량 생산’ 시나리오를 검증한다.

I존(Innovation Zone)은 휴머노이드(인간 신체와 유사한 로봇)와 이동형 양팔 로봇, 사족보행 로봇 등 차세대 모빌리티(이동성)를 연구한다. 가상 환경에서 학습(시뮬레이션)한 것을 실제 환경으로 연결하는 ‘Sim-to-Real’ 검증의 핵심 기지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독일 지멘스, 미국 오토모드와 같은 글로벌 제조 AI 소프트웨어 회사가 국내엔 없다”며 “앞으로는 로봇을 파는 나라에서 공장, 즉 다크팩토리 운영체제(OS)를 판매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크팩토리는 사람 개입 없이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24시간 제품을 만드는 ‘불 꺼진 공장’ ‘무인 공장’을 말한다.

정부 의지도 확고하다. 올해 상반기 전북에서 국비 767억원 규모 피지컬 AI 연구 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전북·경남에 각각 1조원을 투입해 한국형 AI 공장 모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전북대 실증랩은 피지컬 AI 제조 혁신의 출발점이자 확산 거점”이라며 “한국이 가장 잘하는 제조업 분야에 AI를 적용해 산업 생산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게 국가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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