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범죄수익으로 압수해 보관하던 비트코인 320개(416억원 상당)를 분실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은 지난해 8월 범죄 자금으로 압수해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320개를 분실했다. 유출된 비트코인은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약 41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검찰이 분실한 비트코인은 경찰이 2021년 11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딸 A씨(36)의 전자지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했다.
경찰은 당시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비트코인 1700여개를 국내로 은닉하려 한 혐의로 A씨를 구속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비트코인 전량을 압수하려 했지만 실제 확보한 물량은 320개에 불과했다. 수일간에 걸친 압수 절차 진행 도중 신원미상의 누군가가 A씨의 전자지갑에 접속해 나머지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돌렸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이후 사라진 비트코인의 가치는 현재 시세 기준으로 19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분실 사실이 확인된 320개까지 포함하면 총 23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사라졌다.
검찰은 지난해 압수한 비트코인을 전량 분실한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도박사이트를 총괄 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 등)로 기소돼 지난 1월 8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검찰이 A씨 유죄 확정으로 몰수 대상이 된 비트코인 320개를 국고에 귀속하는 절차를 진행하던 중 분실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분실된 비트코인은 지난해 8월 21일 오후 제3자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 인사이동 이후 담당자 인수인계 과정에서 비트코인 현황을 점검하던 중 피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분실된 비트코인 중 상당수는 아직 현금화되지 않아 추적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인수인계 과정에 관여한 관련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며 “피싱으로 의심되는 전자지갑 사이트를 추적하는 수사도 병행하는 등 비트코인 회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비트코인을 분실한 경위를 놓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비트코인은 USB 형태의 물리적 저장장치(콜드월렛·암호화폐 지갑)에 보안키를 담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내부 관리 과정에서 피싱 범죄에 노출돼 비트코인이 유출됐다”는 입장이다. 전자지갑을 컴퓨터에 연결한 상태에서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안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 내부 컴퓨터가 해킹돼 보안키가 탈취됐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압수물이 공용으로 관리되는 과정에서 보안키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내부 직원이 고의로 빼돌렸을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수사기관의 보안망을 외부에서 해킹해 보안키를 탈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피싱 사이트 접속으로 인한 유출이라면, 암호화폐 관리 담당자의 보안·기술 이해도가 충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