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의 입소자 성폭행 의혹에 분노한 전국 장애인·시민사회 단체들이 청와대를 찾아가 피해 전수조사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는 ‘인천판 도가니’ 사건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경기, 인천, 대구, 전북 등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입소자들이 시설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당한 정황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정부에 피해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와대 앞에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색동원) 입소자 심층 조사 보고서’엔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19명이 시설장 A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시설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이 담겼다. 경찰 조사에서 입소자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9명의 성적 피해자가 나온 이른바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뛰어넘어 국내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 중 최다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중증지체장애인 심지선(52·전북 군산)씨는“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시설장이 되레 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꼭 가중처벌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인 부모인 고진선(47)씨는“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 입장으로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장애 아이들은 피해를 입어도 표현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날 정부에 ▶범정부대책위원회 수립을 비롯해 ▶색동원 입소자 자립 지원 등 후속 대책 마련 ▶색동원 시설 폐쇄와 법인 해산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언론에 보도된 심층 보고서 내용만 보더라도 심각한 수준의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은 현재까지 피해자 4명을 특정하고,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대위는 집회 이후 서울경찰청으로 행진한 뒤 피의자 구속과 빠른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