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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행위" 인정…조선소 안면인식기 철거 HD현중 노조 '무죄'

중앙일보

2026.01.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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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당시 HD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 자료 노조 홈페이지
조선소 내 얼굴 인식 출입시스템 도입과 철거를 둘러싼 HD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형사 재판으로 이어진 가운데, 법원이 당시 노조 간부들의 장비 철거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를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행위로 판단했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은 27일 업무방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전 노조 간부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장비 설치에 대해) 노사 간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다"며 "노조 반대에도 회사가 (장비) 설치를 강행해 개인정보 침해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최소한의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울산지법. 연합뉴스
이 사건은 2024년 4월 HD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 내에 얼굴 인식 방식의 출입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거졌다. 회사는 조선소 내 사내협력사들이 근로자 출·퇴근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해 이를 수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내협력사들이 잦은 인력 교체로 근무 시간을 쓰고 서명하는 수기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회사는 장비를 설치한 뒤 협력사들이 이를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즉, 사내협력사들을 대신해 회사가 장비를 설치했다는 의미다.

노조는 얼굴 인식 방식이 노동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해 감시·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노조와 협의 없이 해당 장비가 일방적으로 조선소 내에 설치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비슷한 시기에 폐쇄회로(CC)TV 기능이 있는 화재 감지기 일부 부품도 철거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에는 조선소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활동하는 '지회'가 소속돼 있다.

사내협력사들은 이러한 노조의 철거 행위로 정상적인 업무가 방해됐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회사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조 간부 13명에게 정직 3주 또는 5주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회사 측은 출입시스템 장비 등을 무단으로 철거·이동한 행위가 불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울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와의 협의 없이 안면 인식 출입시스템 설치를 강행한 것은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해 징계와 형사 절차까지 이어간 것도 과도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공식 사과와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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