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공식 통보나 설명 없이 갑자기 날아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에 청와대는 27일 종일 급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를 한 뒤 오전 10시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 실장이 주재한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메시지가 나온 지 3시간 만이었다.
회의에는 청와대 주요 참모진 외에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등 관계 부처 차관이 참석했다.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을 위해 캐나다에 머무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유선으로 참여했다.
사전 정보 없이 갑자기 벌어진 일인 만큼 청와대는 미국 측의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팩트시트에는 관련 법안의 발의 시점만 관세 인하와 연동됐을 뿐, 법안 통과 시점에 대한 부분이 없었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회의에선 미국의 관세 인상을 위한 행정적 절차 확인과 함께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처리 진행 상황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인력 급파도 논의됐다. 청와대는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출장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김 장관을 미국 워싱턴으로 보내기로 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직접 접촉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여한구 본부장도 제이미스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키로 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끈 ‘김정관-러트닉 라인’과 ‘여한구-그리어 라인’을 재가동한 것이다.
회의에선 제임스 헬라 미국대사 대리가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발송한 서한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고 한다. 다만 청와대는 해당 서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의 서한은 (온라인 플랫폼법 등)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한국 국회가 한·미 간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언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청와대는 27일 구체적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회의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하게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대변인도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민감한 외교 사안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관세 문제에 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오전 티타임 회의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국무회의에서도 관세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도중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이것은 주요 공약·정책과 관련된 법안을 통칭해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